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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詩모음

任恩淑 감성詩 모음[6] "작은 떨림, 그것은 사랑입니다" 외

by 수ㄱi 2020. 12. 20.

 

 

 

작은 떨림, 그것은 사랑입니다

 

                   - 임은숙

                              

 

바람이 찹니다

한없이 작아지는 내 마음

한 마리 작은 새가 되고 싶습니다

날고 날다가

그리운 그대 마음에 내려

그대 생각을 헝클어놓는 개구쟁이이고 싶습니다

팽그르르 추락하는

예쁜 나뭇잎에

오색의 그리움을 그리고픈 아침입니다

 

 

 

 

 

 

가을호수를 닮은 그대

 

            - 임은숙

 

 

온통 그대한테 가있는 내 마음을

가져올 아무 방법이 없습니다

시월의 호수처럼 깊고 그윽한 그대의 눈동자는

오늘도 나의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흔들어놓고 있습니다

 

세차게 밀려와선

산산이 부서지는 그리움 조각, 조각들

채 줍기도 전에

다시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리움, 그리움들

 

가을호수를 닮은 그대, 그대

 

 

 

 

 

 

꿈새

 

             - 임은숙

 

 

꿈으로 와서

이슬로 사라지는

 

밤마다 오는

하얀 꿈새

 

아직은

희미한 윤곽만 드러낸

붉은 계절에

함께 물들고 싶어

 

이 밤도

여린 날개 파닥이며

먼 곳에서 날아와 붉게 속삭인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 여름밤의 사연

 

빗물 같은 사랑얘기

붉게 붉게 속삭인다

 

 

 

 

 

 

기억을 담는 시간

 

         - 임은숙

 

 

짙어가는 계절 빛에

뚝뚝

낙엽이 지는 소리

 

늘 이맘 때

마음의 숲은 절정이다

 

싯누런 풀잎 사이사이

세월 앞에 녹슬지 않는 그리움을

기억이라고 중얼거리며

바람의 속성을 떠올린다

 

더 이상

사랑 아닌 감정

 

왕복의 자유를 지닌

바람을 부러워하며

뛰어넘지 못할

인생 편도의 설음에

마음은

때 이른 겨울을 걷는다

 

 

 

 

 

 

가을이야기

 

         - 임은숙

 

 

간신히

손 안에 묻어있던 뜨거운 태양의 미열마저

서서히

물러갈 즈음

거리 곳곳에 제자리를 틀기 시작한

낙엽들을 만났습니다

-네가 왔구나!

반가운 나의 한마디에

피곤한 듯 내뱉는 낙엽의 회색빛음성

-온 것이 아니야, 가는 거란다!

 

서글픔과 외로움이 싯누렇게 몰려옵니다

실망 안고 돌아서는 나의 발목을 부여안고

낙엽이 부서지는 비명을 토해냅니다

-잡아줘, 나를 잡아줘!

 

저만치 길게 드러누운 해그림자 속으로

낯익은 그림자 하나가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낙엽 속에 그리움 묻어놓고

 

               - 임은숙

 

 

뜨거운 계절의 낭만이

처량한 나목의 쓸쓸함으로 대체되고

텅 빈 들녘을 지나 차가운 플래트홈에 들어서는

겨울행 기차의 기적소리

한 줌 낙엽 속에 묻힌다

 

시리도록 슬픈 가을하늘에

못 다한 내 그리움을 메아리로 남기며

이제 가을은 떠나고 있다

무수한 추억들을

미처 비우지 못한 마음 곳곳에 던져놓고

놓고 싶지 않은 아쉬움을

서성이는 바람 한 자락에 매달고

 

그리움을 말하기엔

이 가을이 너무나 짧고

미움을 하소연하기엔

다가온 겨울이 너무나도 차거웠다

 

 

 

 

 

 

지는 꽃도 향기가 있다

 

             - 임은숙

 

 

가을들녘을

걸어본 적이 있습니까

 

화사한 옛 모습

가는 계절에 앗기고

암울한 눈빛, 처연한 몸짓으로

지난날을 하소연하는

마른 꽃의 흐느낌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잡힐 듯 말듯

스치는 얼굴 하나

이어지는 가슴앓이 슬픕니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안에

나를 가두고

내려앉는 어둠속에

꽃처럼 잠깁니다

 

나를 불러 손짓하던 그대 향기

사뭇 정다운데

어디에도 없는 그대 모습은

찬바람 되어 빈 가슴을 두드립니다

 

 

 

 

 

 

떠나는 것들에 안녕이라고

 

                 - 임은숙

 

 

비 내리는 오후

창가에 머무는 바람의 노래

 

아직은 이른 계절냄새에

낙엽 먼저

내가 추락하고 싶은 충동

 

아찔한 현기증

잎이 지면 그리움도 가는 걸까?

 

노란 상념에

식어버린 차

 

붉은 노을 한 자락에

실어보는

때 이른 감성

 

머물 수 없어 흐르는 구름

잠재울 수 없어 솟구치는 욕망

잡을 수 없어 슬픈 계절

 

그 속으로

시간이 간다

 

 

 

 

 

 

내려놓기

 

         - 임은숙

 

 

창밖

수북이 쌓이는 낙엽사이를

바람처럼 휘젓고 다니는

숙명 같은 저 기억을 어찌하리

 

종내는 놓을 수가 없어

노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눈물 한 방울로 어둠속에 스며드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한

내안의 나

 

그리움 한줌

낙엽처럼 놓아두고 가는

찬바람아

 

소리 없이

잎사귀를 털어내는

가을나무의 비장함을 너는 아는가?

 

버려야 할 것에

높은 울타리를 치며

이 가을

나는 정녕 무엇을 내려놓았는가?

 

 

 

 

 

가을은 가지 않았다

 

             - 임은숙

 

 

노랗게 타들어가는 그리움에

낙엽의 한숨 엿들으며

너와 나는

그 계절을 이름하여

가을이라 했다

 

그리고

우리의 것이라 했다

색깔들의 잔치로 요란한 그 계절을

우리의 것이라 했다

 

소리 없이 쌓이는

눈송이에

그 모든 것이 하얗게 가려진 순간에도

너와 나는

지독한 몸살을 앓으며

가을을 그리워했다

 

새벽하늘에 걸린 하얀 그리움을

희미하게 빛바래어져가는

슬픈 별꽃의 눈물이라며

 

버릇처럼

가을을 그리워했다

 

 


임은숙(任恩淑) 시인 :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집 “하늘아,별아” “사랑디스크”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