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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詩모음

任恩淑 감성詩 모음[9] "하늘인연" 외

by 수ㄱi 2020. 12. 22.

 

 

 

하늘인연

 

      - 임은숙

 

 

지난 시절

내 생의 가장 큰 아픔이었던

한사람을 만나

 

거짓말처럼

산산이 깨어지는 슬픔 위에

초록의 환희 덧칠합니다

 

흐른 시간만큼 멀어진 사연이 아닌

되돌아보아 더더욱 아름다운 기억들이

잠자던 마음에 찰랑이는 파문을 일으킵니다

 

스치는 바람마저도

이유 없는 설렘으로 다가오는 계절

 

푸른 하늘 붉은 태양아래

돌고 돌아 바람처럼 다시 부딪힌 우리는

누가 뭐래도 놓을 수 없는

하늘이 내린 인연인가 봅니다

 

 

 

 

 

 

구름택시

 

          - 임은숙

 

 

내가 사는 작은 도시에는

문을 나서면

택시가 줄지어 있어

어디를 가든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닿는 길은

멀고멀어서

하늘을 우러러 긴 한숨만 날립니다

 

잡힐 듯 떠도는

나의 한숨 같은 구름송이들

손짓 하나로 부를 수 있다면

 

그 숱한 날들의 그리움을

볕드는 창가에 곱게 널어놓고

밀려오는 간절함으로

구름 한 점 부르겠습니다

 

 

 

 

 

 

빈자리 채우기

 

         - 임은숙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립니다

 

꽃이 진 자리엔

빨간 열매가 맺힙니다

 

가는 시간 뒤로

새록새록 다가오는 설렘이 있기에

시린 달빛아래

밤바람소리가 차갑지 않습니다

 

그대가 오면

슬픔이 물러갑니다

그대가 가면

그리움이 남습니다

 

이 밤이 가면

또 하루가 옵니다

 

 

 

 

 

 

흔들리고 싶은 날

 

            - 임은숙

 

 

괜히

엄살이다

 

바람도 없는데

누가 떠밀기라도 하 듯

길 위에 떨어지는

저 낙엽

엄살이다

 

추운 듯

파르르 떨며

발밑으로 굴러와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이유 없이 흔들리고 싶은

내 마음 같은

저 낙엽 엄살이다

 

 

 

 

 

 

마음과 마음사이

 

              - 임은숙

 

 

구름과 구름사이

나무와 나무사이를

멋대로 나드는 바람조차도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는

마음과 마음사이 距离는

믿음과 진실에 있다

 

멀리 있어도 지척인 듯

믿음과 진실만으로

수많은 계절을 묵묵히 견디는

그 드팀없는 인내

 

새벽녘 홀로 듣는 빗소리에도

투명한 下午의 햇살 속에도

따뜻한 그대 안부가 있다

 

 

 

 

 

 

둥지

 

       - 임은숙

 

 

안아주는 것보다

안기는 것에 길들여지고

내어주기보다

받는 것에 익숙했었다

 

네 안에

내 집을 짓고서

나는 왜

너의 집이 되지 못했을까

 

하늘에 살고 있는

별처럼

반짝이기라도 할 것을

 

바람을 이고 사는

나뭇잎처럼

미소라도 보내줄 것을

 

서로에게 닿는

마음의 길을 버려두고

기대려고만 하는 나에게

언제면 너의 둥지가 만들어질까

 

 

 

 

 

 

기억의 저편

 

       - 임은숙

 

 

홀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행복이

외줄기슬픔이 되기까지

 

다시

그 슬픔이 지독한 미움으로

내 안에 자리하고

그 미움마저 빛이 바래어

무심한 눈길로 세상을 마주하게 되기까지의

수많은 낮과 밤

 

어둠을 적시던

별의 눈물과

깡그리 비워내지 못한 미련의 공허

 

주저앉고 싶었던

먼 길과

눈을 감지 않아도 이어지는

긴 어둠 속에서

얼마큼의 방황을 거듭했던가

 

꽃이

피고 지는 사이

얼마큼의 밤을 하얗게 지새웠던가

 

먼 곳에 바람이 분다

내 안에 꽃이 핀다

 

 

 

 

 

 

사랑디스크

 

        - 임은숙

 

 

아직은

뜨거운 너와 나의 심장

더 이상

깊어질 수 없는 사랑 앞에

서로의 손을 놓아야 한다

 

만남과 동시에

추억 만들기에 급급했던

준 것보다

남은 것이 더 많은 우리

 

채우기에 앞서

비우기를 배워야 했다

 

“디스크가 꽉 찼거나

쓰기 금지되어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세상 모든 연인들에게

사랑의 神이 내려준다는

전설의 디스크는 이미 사용불가상태

 

길 끝에 서면

다시 길이 생긴다 하였던가

길 끝에 서서

뒤돌아보니 아쉬움만 가득한데

 

 

 

 

 

 

마음의 歸路

 

              - 임은숙

 

 

바람소리에

커피향이 짙은 날

 

내 마음 빈터에

낙엽의 움직임이 소란타

 

낡은 흑백사진 속에

잠자던 고요

 

내 안의 나를 꺼내어

너에게 주던 날도 바람은 불었으리

잎을 내려놓는

나무의 몸짓이 다정했으리

 

놓아둔 미련 앞에

술렁이는 女心

 

회색빛 하늘아래

눈을 뜨는 기억이 날려서 쌓인다

 

 

 

 

 

다시, 그 시간 위에 서다

 

                 - 임은숙

 

 

홀로 걷는 그림자 속에

떠나지 못한 아쉬움이

또 한 번

세차게 나를 흔들 때

 

가누지 못하는 마음

바람 앞에 불씨인가

 

기다렸다는 듯

뭔가 무너지는 소리

뻥 뚫린 가슴에

때 아닌 바람이 차다

 

속절없이 피고 지는

저 꽃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걸까

 

바람의 잔기침에

잠을 깬 고요

놓지 못한 미련 한 자락에

망울을 터뜨린다

 

 

 

임은숙(任恩淑) 시인 :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집 "하늘아,별아", "사랑디스크"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