晩秋
................ 임은숙
계절이 짙어가고 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가을이면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낙엽이 눈처럼 쌓인 오색풍경입니다
걸음마다 뚝뚝 떨어지는 사무침이
사라진지 오래된 마음에
돌멩이라도 던져 파문을 일으켜야 할 때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비례되는 무심함이
편하다가
불안하다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미워집니다
가을이 닿은 길목마다
새록새록 돋아나는 추억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가을이라 불렀던 그대
하늘이라 불렀던 그대
바람이라 불렀던 그대
멀어져간 따스한 언어들을 애써 들춰내는데
절정으로 치닫는 단풍 숲에
하나 둘 일어서는 기억이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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