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자리하셨으므로 족합니다
.............................................................................. 임은숙
당신이 그리운 날
하얀 숲길을 찾았습니다
도심의 거리만큼 바람도 차지 아니한 숲에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제법 귀맛 좋게 들립니다
푸름을 거쳐 오색의 절정을 향하던 나뭇잎들은
거짓말같이 초라한 모습으로
빈가지에 하나 둘씩 매달려
무언가를 쉼 없이 수군거립니다
당신생각에 골몰한 나를 흉보는 걸까요?
메마른 낙엽 하나가
내 어깨를 툭 건드리곤 발 아래로 내려앉습니다
언 땅 위에서 하얗게 떨고 있는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습니다
흐른 시간만큼 멀어진 기억이 아니라서
이미 정지된 그리움이 아니라서
어제를 보내고 오늘을 맞는 것처럼
새록새록 새롭게 커가는 추억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내 안에 자리하셨으므로 족합니다
그대 심어준 따뜻한 추억 하나 있어
이 겨울도 춥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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