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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

12. 바람의 기억

by 수ㄱi 2021. 9. 12.

 

바람의 기억

...................................... 임은숙

나뭇잎 사이로 흘러드는 아침햇살이

샛노란 숲길을 만들어줍니다

만개한 들꽃 속에서

나의 그림자가 꽃잎인양 흔들리고 있습니다

갈바람에 묻어있는 슬픔에 눈시울을 붉힙니다

작은 서운함이 커다란 미움 되어

내 안에 생채기를 내고

그 생채기가 다시 무언의 오기로 바뀌어

무거운 침묵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불안한 몸짓으로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숨바꼭질에 서툰 어린아이 같습니다

여기저기 뒹구는 때 이른 낙엽들과

손등에 곱게 내려앉는

단풍잎 한 장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노랗게 타버린 그리움과

지금은 미움이라 말하는 먼 훗날의 기억이겠지요

옷깃을 파고드는 한 점 바람에

미처 부르지 못한 사랑노래 곱게 동여매여

오늘을 기억하겠습니다

익숙한 음악이 귓전을 스칠 때나

내 눈물 같은 새벽이슬을 마주할 때면

이 순간의 기억을 당겨다가

좋았던 것에서부터 미워진 모습까지

아름다운 순간순간들을 조용히 되돌아보겠지요

바람의 노래가 슬픈 그날은

아마 오늘같이 예쁜 가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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