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지트
................................ 임은숙
넓고 화려한 큰집이 부럽지 않습니다
한껏 게으름 피우며 늦잠을 즐길 수 있고
씻지 않은 그릇과
더러워진 양말짝이 구석구석 뒹굴어도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나의 작은 공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눈치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곳
세상을 향한 두꺼운 가면을 벗어버리고
온갖 스트레스를 먼지처럼 털어 버리고나면
부르는 듯 졸음이 몰려오지요
창을 스치는 바람소리는
내 四季의 자장가입니다
빗소리에 찾아드는 진한 외로움과
눈 날리는 날의 하얀 그리움에
때론 펑펑 소리 내어 울고 싶어집니다
한참을 그렇게 울고 나면
마음에는 잔잔한 평화가 찾아들지요
천리 밖에서도
작은 창가의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간절한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
축복이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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