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기억
...................................... 임은숙
나뭇잎 사이로 흘러드는 아침햇살이
샛노란 숲길을 만들어줍니다
만개한 들꽃 속에서
나의 그림자가 꽃잎인양 흔들리고 있습니다
갈바람에 묻어있는 슬픔에 눈시울을 붉힙니다
작은 서운함이 커다란 미움 되어
내 안에 생채기를 내고
그 생채기가 다시 무언의 오기로 바뀌어
무거운 침묵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불안한 몸짓으로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숨바꼭질에 서툰 어린아이 같습니다
여기저기 뒹구는 때 이른 낙엽들과
손등에 곱게 내려앉는
단풍잎 한 장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노랗게 타버린 그리움과
지금은 미움이라 말하는 먼 훗날의 기억이겠지요
옷깃을 파고드는 한 점 바람에
미처 부르지 못한 사랑노래 곱게 동여매여
오늘을 기억하겠습니다
익숙한 음악이 귓전을 스칠 때나
내 눈물 같은 새벽이슬을 마주할 때면
이 순간의 기억을 당겨다가
좋았던 것에서부터 미워진 모습까지
아름다운 순간순간들을 조용히 되돌아보겠지요
바람의 노래가 슬픈 그날은
아마 오늘같이 예쁜 가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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