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고 말할 수 있는 겨울이 좋다
............................................................................... 임은숙
두리번거리며 슬며시 옷깃을 여미던
가을이 가고
두터운 겉옷 속에 머리를 마구 들이밀어도 괜찮을
겨울이 왔다
타인의 눈과 귀를 의식하여 내뱉지 못하던
“춥다”는 말을 망설임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입 밖에 낼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가
겨울이니까!
그들은 나의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의 시린 사연을 모를 것이다
언제부터 내 마음 깊이에
찬바람은 찾아왔을까?
알 수 없는 질문을 허공에 던지며
“춥다”고,“울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춥다”는 이유만으로
멀어져간 옛 친구의 이름을
떠나간 사랑을 들먹이며
마음껏 흐느껴도 좋을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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