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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

17. “춥다”고 말할 수 있는 겨울이 좋다

by 수ㄱi 2021. 8. 30.

 

“춥다”고 말할 수 있는 겨울이 좋다

............................................................................... 임은숙

두리번거리며 슬며시 옷깃을 여미던

가을이 가고

두터운 겉옷 속에 머리를 마구 들이밀어도 괜찮을

겨울이 왔다

타인의 눈과 귀를 의식하여 내뱉지 못하던

“춥다”는 말을 망설임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입 밖에 낼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가

겨울이니까!

그들은 나의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의 시린 사연을 모를 것이다

언제부터 내 마음 깊이에

찬바람은 찾아왔을까?

알 수 없는 질문을 허공에 던지며

“춥다”고,“울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춥다”는 이유만으로

멀어져간 옛 친구의 이름을

떠나간 사랑을 들먹이며

마음껏 흐느껴도 좋을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