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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詩모음

任恩淑 봄시 모음(1)

by 수ㄱi 2023. 2. 23.

[任恩淑 봄시 모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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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약속” 외

 


봄, 그 설렘 속으로

                           - 임은숙


색깔들의 잔치로 잠시
그대와 나를 제외한 모든 걸 잊었던 만남의 시간이
하얀 웨딩의 희열을 뚫고
이제 싱그러운 초록의 배경에
그대와 나를 그려 넣었습니다

설렘으로 맞이하는 또 하나의 계절 앞에
그대와 나, 우리 맞잡은 두 손에는
맑은 소망 하나 숨 쉬고 있습니다
해살 한줌,
바람 한줌,
별빛 한줌,

그리고 익어가는 꿈 하나





꽃이 피는 날에

                       - 임은숙


흔들리며 피는 꽃이
아름다운가?

사랑은 왜 이토록
너와 나를 아프게 흔드는 것인가

연둣빛나무사이로
스치는 기억

사랑은 기어코
너와 나를 하나로 묶어 흔들고 있는데

외로움에 익숙해지려고
이곳에 서있는 나를
바람조차 그냥 두지 않는다

꽃이 피었으니까
웃으라 한다
간지러운 햇살아래
꽃잎처럼 웃으라 한다





꽃이 되어

           - 임은숙


눈물만큼 화사하게
한숨으로 향기를 토하며
긴 기다림을 인내한
아픔이라 불렸던 것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켭니다

천자만홍
꽃이 피고 지는 의미

어두운 밤이 가면 새아침이 온다고
눈물로 피워낸 꽃이 더 아름다운 거라고
저들만의 언어로
분주히 안부를 주고받습니다

추웠다고 그리웠다고
꽃이 되어
누군가에게 마음 전하고픈
햇살 고운 어느 봄날입니다





내가 봄이 좋다고 하는 이유

                                                - 임은숙


누구는
푸르게 변해가는 나뭇잎이 눈물 나도록 아름다워서 좋다고 하고
또 누구는
싱그러운 풀잎의 가벼운 설렘이 있어 좋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봄비 속을 거니는 차분함이 좋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계절이어서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내가 이 봄이 좋다고 하는 것은
바로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열린 창문으로 시원히 밀려드는 새벽공기에
푸른 빛깔의 그리움을 가득 담아 그대에게 전할 수 있음이 기쁘고
수억 만개의 보석을 쪼아 박은 것처럼 빛나는 봄밤의 뭇별들과
꿈에서조차 헤어지기 싫었던 만큼의 행복을 속삭일 수 있어 즐겁습니다

내가 이 봄을 좋아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사랑하는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봄숲에서

           - 임은숙


지난 밤
내게로 왔던 고운 새
이 길을 따라가면 다시 만날까

한 잎 두 잎
꽃이 피는 날
바람 따라 길을 나섰네

간지러운 햇살아래
내 님의 손짓 같은 풀잎을 스쳐
투명한 봄빛 속에 내가 섰네

밤새 그리움을 얘기하던
이름 모를 작은 새
어느 숲에 깊이 잠들었나?

어설픈 흔적 따라
무작정 찾아 나선 간밤의 꿈 이야기

꽃잎 가까이 머무는 바람처럼
지난밤 네 모습을 떠올리며
한 그루 나무가 되어 가지를 뻗는다





봄꽃을 보며

             - 임은숙


고운 모습 보이다
금세 사라지는 봄꽃처럼
내 사랑도 피었다
바로 스러질까
못내 두렵다

가고 오는 세월
오고가는 인연
봄꽃 같은 추억이라면
나의 봄은 마냥 슬픔이겠지

누가 떨어뜨린
눈물 한 방울

슬픈 듯 은은한 향기 속에
봄꽃을 보며
나, 봄을 앓고 있다





5월 수채화

              - 임은숙


흩어지는 라이라크향기 속에
옛 생각이 어지럽다

꽃이 피어 기쁜가
잎이 지어 슬픈가

어차피
오고가는 인생의 섭리

5월의 언덕에서
안타까이 그대를 부를 때
마음 깊은 곳에선 이미 낙엽이 흩날리고 있었음을

귀에 익은 휘파람소리
들리는 것 같아
자꾸만 뒤돌아보는 그 언덕에
때 아닌 찬바람만 서성이고
가녀린 가지 위에 두툼하게 내려앉은 꽃은
말없이 꽃잎만 떨어뜨린다

메마른 가슴에
뚝뚝
떨어져 퍼지는 보랏빛물감

다시 봄이 간다





이제 봄인가

                 - 임은숙


한겨울
너와 나의 눈을 피해 흐르던 강물과
우리의 눈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던 새들과
그들이 흔들어 깨운
나의 새벽
창가에 떨어뜨린 저녁별의 눈물이
세상을 향해
연둣빛기지개를 켜는데

바람에 부서져 내린
한자락 슬픔은 누구의 그리움인가

애써 숨기지 말라
크게 외쳐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선 메아리

이제 정녕 봄인가!





아침의 숲

           - 임은숙


빛이 스며드는 자리마다
퐁 퐁 퐁
솟구치는 기쁨이 있다

그대
아침의 창을 활짝 열어
맑은 바람 그러안으라

어디선가 새가 울면
숲은 향기로 가득하리

그렇다고
고요는 깨지 마라

모든 것이 일제히 숨쉬기 전까지
내 마음의 숲에
사랑이 곱게 피기까지





봄날

         - 임은숙


아마도
봄이 좋았던 게야

한없이 움츠러드는
가을이 싫어
찬바람을 등에 지고 추위를 인내했으리라

丹心 하나로
꽃은 봄을 피운다

잠시 멀어지는 길이
그리움이라면
서로 마주 가는 길은
행복이겠지

아픔으로 터뜨리는
꽃잎 하나하나에 찰랑이는 희열

봄처럼
기분 좋은 계절이 또 있을까





꽃이고 싶다

               - 임은숙


한 송이
꽃이고 싶다

향기로 너에게 닿아
바람의 입으로 그리움을 속삭이는
너를 위한 꽃이고 싶다

내 생각 속에
둥지를 틀고 있는 너의
찰랑이는 기쁨이 된다는 건
지친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된다는 건
벅찬 행복이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리움으로
너의 마음에 잔잔한 평화가 찾아든다면
내일도 오늘 같은 향기로 너를 부를 것이다

맑은 날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랑노래에
조용히 귀 기울이는
한 송이 꽃이고 싶다





또 하나의 약속

                   - 임은숙


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햇살마저 초록이다

겨우내
우리의 눈을 피해 흐르던
그리움의 강은
작은 새의 조잘거림에
어설프게 눈을 뜬다

봄의 언덕에
풀잎처럼 일어서는 기억들

그 해 봄처럼
연분홍 미소를 입에 물고
하늘로 치닫는
나무의 생각을 엿보는데

아,
어딘가에 꽃처럼 숨어서
나를 부르는 너의 향기

한순간이라도
뜨겁게 사랑하자 발목을 잡는다





유혹

           - 임은숙


다시, 향기가 되어
내게 오신 님

햇살의 미소
바람 같은 속삭임

그리웠다
안아보자

잠자던 내 마음에
어느 사이
촐랑촐랑 봄물 흐르는 소리

정다운 손짓
다가서고 싶은 마음

먼 듯 가까운
내 님을 향해
살며시 마음의 창을 연다





목련의 悲情

                   - 임은숙


빈 가지마다에
살포시 내려앉은 초록물감이
어떤 꽃을 피울까 몹시 궁금했는데

잠시 한 눈 파는 사이
간지러운 햇살아래
찬란한 꿈을 피웠다

누구한테 보이려고
하얗게, 하얗게 미소를 흘리는가?

내 님이 잠든 사이
풀잎처럼 누워있던 나의 꿈이
님 귓가에 그리움을 하소하듯
하고픈 봄 이야기
한순간에 터뜨리는가?

빗물에 씻겨 내릴
꽃잎의 사연을 기웃거리는 바람의 여유 앞에
흐드러지게 몸을 꼬며
찰나의 오늘을 가는
목련의 하얀 悲情





봄이 오는 소리

                     - 임은숙


솔깃
귀 기울이면
봄이 오는 소리 들린다
저만치서...

이름 모를 산새와
작은 내의 은밀한 속삭임

살며시
눈을 뜨면
한 폭의 수채화가 펼쳐진다
순백위에 점점이 찍힌
싱그러운 연록...

황홀한 대자연이 빚어낸
멋진 풍경

조용히
눈 감으면
꿈인 듯 다가온다
한겨울 꽁꽁 여며놨던
내 사랑이...

아기 풀잎의 힘찬
기지개처럼





민들레연가

           - 임은숙


누구의 하얀 입김을
그토록 고대하는가!

흙먼지에 가려진
하얀 순수
무심한 발길에 일그러진
희미한 미소

노랗게 익은 그리움이
오월의 들녘을 애잔함으로 채우는데

마음 깊이 숨겨둔
夢中사연
아직은 드러낼 수가 없네 

 

任恩淑: 연변작가협회 리사
시집 “하늘아,별아”(2016), “사랑디스크”(2017), “바람이 분다 네가 그립다”(2021)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