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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깨우지 마세요

by 수ㄱi 2024. 2. 8.

 

 

깨우지 마세요

                      - 임은숙

먼 들녘 어딘가에서

가만히 날 부르는 소리

스치는 바람에 끊어졌다 이어졌다 합니다

꽃이 남긴 향기

어둠처럼 들판을 덮고 가는데

차가운 빗방울에

어지럽게 흩어지는 지난 사연들

애써 외면하는 눈망울에

매달리는 뜨거운 것은 아마 미련이겠지요

그대 있어 풍성했던

나의 가을은

고스란히 내 안에 남아

짙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찬비 속을 방황하는

나를 닮은 이여

서둘지 말아요

아직은 그대로 두어요

엄동의 추위 달래줄

그 뜨겁고 아픈 기억을

아직은 깨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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