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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11월에는 약속을 하지 말자

by 수ㄱi 2024. 2. 9.

 

 

11월에는 약속을 하지 말자

 

                                     - 임은숙

 

 

11월에는

굳이 약속을 하지 말자

 

바람 찬 날

낙엽 위를 걷다

손 녹이러 들어선 길옆 찻집에서

문득 떠오른 이에게 안부를 전하자

 

맑은 茶 한 잔에

마음마저 녹아드는데

때 맞춰 날리는 첫눈이

축복처럼 유리창에 매달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온

볼이 발간 이의 모습은

눈송이 같은 설렘이더라

 

가는 계절의 아쉬움을

애써 기억하지 말자

 

짧은 11월에는

그리운 이름을 나직이 불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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