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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천사 다녀갔습니다

by 수ㄱi 2024. 2. 14.

 

 

천사 다녀갔습니다

                         - 임은숙

작은 어깨너머로

늘 상서로운 빛이 감돌았습니다

무한의 높이에서

굽어보는 따뜻한 눈빛

대지에 뿌리 내린

한 그루 드팀없는 나무였습니다

비 오는 날엔

빗줄기를 막아주고

바람 부는 날엔

솜 같은 이파리들로 포근히 감싸주는

날개를 감춘 천사였습니다

아낌없이 내어주고 나눠주는

순하고 착한 날개

볼품 없이 망가져

찬바람 앞에 허연 뼈를 드러내는데

가냘픈 어깨 위에

서서히 펼쳐지는 거대한 날개

눈이 부시어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천사가 머물던 자리에

한 겨울 햇살 한 줌 찬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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