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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시월이 간다

by 수ㄱi 2024. 3. 4.

 

 

시월이 간다

                - 임은숙

어딘가에 꽁꽁 숨어버린

바람을 찾아

구절초 만발한 들녘에서

하루해를 보내고

내가 쫓는 건지 끌려가는 건지 모를

바람과 나란히

시월의 끝자락에 섰다

때가 되면 절로 나타나서

내 등을 밀거나 앞머리를 쓸어 올릴 것을

약간의 서운함이

가슴 밑바닥에 깔려있을 뿐

지금까지도 놓지 못한 오월을 보낼 때처럼

아프거나 슬프지 않다

보낸다는 것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이다

창밖의 가을비소리

내려앉을 어둠에 처량함을 감추는데

아름다운 재회를 위한

시월의 이별가에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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