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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낙엽의 무게

by 수ㄱi 2024. 3. 2.

 

 

낙엽의 무게

                    - 임은숙

그림자 길게 그리며

계절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왜소한 나무 그림자들 사이로

꺾인 풀대와 마른 잎이 서로 뒤엉켜

안 그래도 어수선한 머릿속을

사정없이 헤집어놓습니다

용서해야 할 일보다

용서받아야 할 일이 많은

마음이 무거운 계절입니다

차겁게 등을 보였던 이에게

가까이 다가서야 할 때입니다

따뜻이 미소를 건네야 할 때입니다

입동立冬을 앞둔 하루해는 짧기만 한데

내려앉고

쌓이고

흩어지는

낙엽의 몸짓이 가볍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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