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이 간다
- 임은숙
어딘가에 꽁꽁 숨어버린
바람을 찾아
구절초 만발한 들녘에서
하루해를 보내고
내가 쫓는 건지 끌려가는 건지 모를
바람과 나란히
시월의 끝자락에 섰다
때가 되면 절로 나타나서
내 등을 밀거나 앞머리를 쓸어 올릴 것을
약간의 서운함이
가슴 밑바닥에 깔려있을 뿐
지금까지도 놓지 못한 오월을 보낼 때처럼
아프거나 슬프지 않다
보낸다는 것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이다
창밖의 가을비소리
내려앉을 어둠에 처량함을 감추는데
아름다운 재회를 위한
시월의 이별가에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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