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부르고 아픔이라 적었습니다

 

사랑이라 부르고 아픔이라 적었습니다

                 

                                                     - 임은숙

 

 

계절의 언덕들 사이사이를 누비며

어느덧 또다시 익숙한 낙엽냄새가 나를 부릅니다

그날의 햇살, 그날의 바람, 그날의 낙엽은 아니지만

우리의 가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환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사연들로 그려질 풍경일지 아직은 모르지만

예나 지금이나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우리이기에

블루빛의 맑고 밝은 색깔이 바탕일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가슴 뛰는 설렘이 숙명의 기다림이 되고

그것이 다시 작은 한숨이 되어 홀로 어둠을 맞이할 때

앞에 놓인 찻잔엔 그대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늘 함께 있어도 결코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너무도 짧게만 느껴질 때

그대 얼굴에 그려지는 나를 닮은 아쉬움을 보군합니다

 

그대가 내 곁에 머무는 시간은 천국입니다

그대 하나로 세상 전부를 소유한 듯 그 뿌듯함은 날이 갈수록 더해만 갑니다

말없이 바라만 보아도 너무나 행복한, 손을 잡지 않아도 느껴지는 따스함

나에게 있어 그대는 한겨울 양지에 몰려든 햇볕 같은 존재입니다

그대가 내 곁에 없는 시간은 지옥입니다

바람 찬 벌판에 홀로 서있는 듯 두렵고 춥습니다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는 열 하나의 수자가 그 의미를 잃었을 때

얼마나 내가 그대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지 그대도 아실까요?

보고 싶다 말하면 그대 가슴이 아프겠지요

울고 싶다 말하면 그대 마음이 찢어지겠지요

천국에서 지옥으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반복하여 오르내리는 그리움과 미움의 줄다리기

 

팽그르르 추락하는 낙엽 하나 주어들며 속삭여봅니다

사랑, 때로는 너무 아픈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