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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

23. 나의 봄은 그대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by 수ㄱi 2021. 8. 23.

 

나의 봄은 그대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 임은숙

꽃잎이 흩날립니다

다시 꽃의 계절입니다

은은한 바람결에 묻어온 기억에

전혀 가슴이 뛰지 않습니다

계절과 어울리지 않는 이 허허로움이

정녕 나의 것이란 말입니까?

언제까지고 변함없을 줄 알았습니다

언제나 같은 크기로

그대는 내 안에 자리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간과 더불어 흐르는

어쩔 수 없는 마음은

내 것이면서도 내 것이 아니었습니다

해질녘 강변에서, 비 오는 거리에서

그대 이름 수백 번 불러보아도

모습만 희미하게 떠오를 뿐

예전의 사무침은 없었습니다

어느 사이 그리움은 허옇게 빛바래지고

세월은 영원의 맹세를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내 안에 수많은 생각들이 꽃처럼 피는데

그 중에 그대는 없습니다

꽃길 위에 널린 햇살에도

차분한 봄비소리에도

커피향기 가득한 下午의 나른함 속에도

그대는 없습니다

그대를 위해 흘린 나의 눈물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