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때를 놓친 것 같습니다
................................................................... 임은숙
지금에 와서 우리가 만난다면
어떤 풍경 속에 서있을까요?
수없이 나눈 얘기와
수없이 나눈 눈빛과
더 이상 익숙해질 수 없는 서로의 목소리와
그리움과 외로움과 미움과 한숨
함께 한 모든 것들은 아득히 산처럼 쌓여
더 이상 키를 늘릴 수가 없는데
지금에 와서 우리가 만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요?
낙엽 지는 거리를 거닐며
조금도 새로울 것 없는 지난 가을얘기를 반복하고
귀에 익은 음악 한 소절에
함께 부르던 노래를 버릇처럼 흥얼거리겠지요
그대와 나 사이에
너무나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꿈속에서만 잡던 그대의 손을
현실에서 잡는다는 것이
왠지 설레면서도 많이 두렵습니다
소중할수록 드러내는 순간
아픔이 되고 슬픔이 되는 기억입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
아마도 우리는 만남의 때를 놓친 것 같습니다
온전한 아름다움의 완성을 위해
이제 보내야만 하는 그대입니다
만남의 시간을 물어오는 그대에게
차가운 등을 보이기보다는
조용히 그대 뒷모습에 안녕을 고하며
내 안에 남아있는
그대와의 사연들로 安住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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