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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

24. 평생 知己

by 수ㄱi 2021. 8. 22.

평생 知己

 

................................ 임은숙

가장 뜨거웠던 시절 그대와 나는

10년 뒤의 우리 모습을 수없이 상상했습니다

꽃이 피고 눈이 내리고

우리만의 계절 가을엔 어김없이 낙엽이 날리고

시간은 흐름을 잊지 않았고

우리는 묵묵히 시간 뒤를 따랐습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습니다

따뜻한 밥상을 사이 두고 오순도순 밥을 먹고

손잡고 강변을 산책하는 둘의 모습은

여전히 꿈속에만 존재합니다

그렇습니다!

10년 전 우리의 소박한 꿈은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어는 단 한 번의 만남도 가져보지 못한 채…

세월 따라 사무침은 어느덧 무덤덤해지고

가끔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바보처럼 웃곤 합니다

서로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할 수 있고

함께 둘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 또한

일종의 행복임을 알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서로의 마음에 변함없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모릅니다

이제 거창한 바람은 접기로 하겠습니다

다시 10년, 혹은 20년이 흐른 뒤에도

지금처럼 마음의 知己로 남아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