感性과 理性의 갈림길에서
......................................................... 임은숙
하고 싶으나 할 수 없는 말들이 많아지고
메마름과는 차원이 다른 서먹함이
너와 나 사이에 슬픈 음악처럼 흐르고
돌아가고 싶으나 돌아가지 못할 어제는
더 이상 아쉬움과 한숨이 아니었다
잠시 쉼표를 찍는다
어쩌면 마침표가 될지도 모를 쉼표를 찍는다
시종일관 굳게 믿어온 나의 감정이라서
지금의 내 모습이 낯설고 적응이 되지 않는다
시간이 모든 걸 변하게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시간에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문득 뇌리를 치는 생각
그렇다!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예전 같은 간절함으로 너를 부르기에는
흐른 시간만큼이나 내가 지쳐있었고
다시 긴 터널 같은 어둠속을 거닐기에는
흐른 시간만큼이나 두려움도 커져있었다
무제한으로 이어지는 침묵은
소나기를 퍼붓기 전의 무거운 하늘을 닮아있었고
가장 견딜 수 없는 건
너를 바라보는 미적지근한 나의 눈빛과
식어버린 나의 마음이었다
시간만 흐르는 것이 아닌가 보다
마음도 물의 속성을 지녔는가 보다
적당히 함께 흐르다가 점차
시간은 시간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멀어지는 것이
인연의 섭리인가보다
한 편의 영화가 끝난 뒤에 흩어지는
인파속의 두 사람처럼
그냥 어쩌다 나란히 자리했던 인연일 게다
어쩌면 언젠가 다시 우연처럼
함께 영화 한 편을 감상할지도 모르지만
결코 오늘의 영화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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