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임은숙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리는 날이면
따스한 커피 한잔과 함께 편지를 적습니다
희미하지만
무척이나 다정히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
그 얼굴 한번 생각하고
글 한자 적습니다
글 하나 하나에
애틋한 그리움과 보고픔을 정히 담아서
될수록 많이 적으려합니다
그 사람이
읽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나만의 행복 안에서 즐겁기만 하니까요
커피 한 모금 살짝 들이키고
글 한자 적습니다
입가에 머무르는
진한 커피 향으로 느껴지는
그 사람과의 행복하고 아름답기만 한 순간들
봉투에 상큼한 커피 향을
듬뿍 채워 넣었습니다
그 사람은 알 수 없을 겁니다
제가 매일매일 쓰고 있는 편지의 내용을...
종이 한 장, 볼펜 하나가 눈에 띄일 때
버스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일하다가 가끔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
언제 어디서나
쓰고 또 쓰는 편지지만
이제껏 한번도
부쳐본 적이 없는 편지입니다
창 너머 꽃 한 송이를 바라보며
오늘도 열심히 적고 있습니다
보내지 못할 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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