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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소나기인생

by 수ㄱi 2024. 2. 18.

 

 

소나기인생

 

                - 임은숙

 

 

오월 초순이지만

입하立夏가 지났으니

창을 적시는 촉촉한 저 비

봄비 아닌, 분명 여름비일 것입니다

 

가슴 뛰는 설렘에

잔뜩 부푼 봄비도 좋지만

이왕이면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여름 소나기에 푹 젖고 싶습니다

 

천천히 마르고

다 마르고서도 여린 피부에 아프게 닿는

젖었던 옷의 촉감 같은

쓰린 기억이

가끔은 필요한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가늠할 수 없는 비안개 사이를

차겁게 방황하던 뜨거운 가슴이

내게도 있었음을

서녘의 노을을 마주하고

혼자 중얼거리며 허연 머리칼을 날리는

낯설지 않은 모습을 떠올립니다

 

소나기 같은

찰나의 인생입니다

한 번 뿐인 그 순간에 올인하여

반짝 빛나고 스러지는

참인생이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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