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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바람 부는 날의 카페

by 수ㄱi 2024. 2. 20.

 

 

바람 부는 날의 카페

 

                            - 임은숙

 

 

해질녘 노을

통째로 밀려듭니다

넓은 유리창

온통 붉은 빛입니다

 

멀리 백양나무숲에서

바람이 일고

몇 마리 새가 날아오르는데

들리지 않는

바람소리와 새들의 아우성이

환청처럼 귓가에 맴돕니다

 

커피 한 잔이

고스란히 식을 때까지

어둠이 내린 창에

내 옆모습이 뚜렷이 그려질 때까지

나무 정수리를 밟는

하얀 달의 걸음소리 자장가로 흐를 때까지

세상과 철저히 차단된

자정의 짙은 고요 속에서도

달달한 모카 향과

백양나무숲의 바람소리와

새들의 북적임이 함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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