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인 체 푸른 계절에 서서
- 임은숙
슬픈 겨울이 가고 있습니다
켜켜이 쌓인 눈 위에
두텁게 얼어붙은 아픔 아픔이
녹아 녹아서 어딘가로 흘러가면 좋으련만
커피를 마주하는
그 짧은 시간마저도
통째로 앗아가는 지독한 통증은
도저히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 바람 없는 날
눈부신 햇살 아래 거짓말처럼 터뜨리는
꽃잎의 몸짓을 보고도
꽃처럼 웃을 수 없다면
녹지 않는 눈이
내 안에 가득 쌓였기 때문이겠지요
꽃인 체 푸른 계절에 서서
모서리 둥근 바람 뒤에 숨어
하얗게 한숨을 내쉬는
아픈 봄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2월은 새벽이다 (0) | 2024.02.23 |
---|---|
[시] 입춘立春 (0) | 2024.02.22 |
[시] 바람 부는 날의 카페 (0) | 2024.02.20 |
[시] 내 생에 봄 (0) | 2024.02.19 |
[시] 소나기인생 (0) | 2024.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