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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꽃인 체 푸른 계절에 서서

by 수ㄱi 2024. 2. 21.

 

 

꽃인 체 푸른 계절에 서서

 

                                    - 임은숙

 

 

슬픈 겨울이 가고 있습니다

켜켜이 쌓인 눈 위에

두텁게 얼어붙은 아픔 아픔이

녹아 녹아서 어딘가로 흘러가면 좋으련만

 

커피를 마주하는

그 짧은 시간마저도

통째로 앗아가는 지독한 통증은

도저히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 바람 없는 날

눈부신 햇살 아래 거짓말처럼 터뜨리는

꽃잎의 몸짓을 보고도

꽃처럼 웃을 수 없다면

녹지 않는 눈이

내 안에 가득 쌓였기 때문이겠지요

 

꽃인 체 푸른 계절에 서서

모서리 둥근 바람 뒤에 숨어

하얗게 한숨을 내쉬는

아픈 봄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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