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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밤차

by 수ㄱi 2024. 3. 7.

 

 

밤차

 

             - 임은숙

 

 

비 내리는

오후 다섯 시의 간이역에

나를 닮은 사람 몇몇이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시계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고개를 숙이고 뭔가 생각에 잠겨있다

 

모두가 뿔뿔이 흩어질 시간

어둠만이 무겁게 하나로 뭉치고

플랫폼에 들어서는

둔중한 밤차의 고동소리 심히 낯설다

 

지나간 모든 것이

아름답지만은 않은 법

더러는 붉은 상처로 남아

긴 울음이 되기도 한다

 

차창 너머로 언뜻언뜻 스치는

가로등 불빛의 젖은 흐느낌이

긴 밤의 서곡(序曲)처럼 귓가에 매달리는데

종착지를 향해 질주하는

밤차의 거친 숨결이 비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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