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아래 잠들고 싶다
- 임은숙
아직 고운
단풍 앞에선
외로움을 말하지 않는다
미처 전하지 못한
뜨거운 얘기
꼬깃꼬깃 접어서
11월의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가까이서 들은 적 없는
계절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봄에 피는 꽃보다
가을에 익는 단풍으로 살 일이다
계절보다 먼저 오고
뒤늦게 가버리는
결코 질리지 않는 그리움이
바람의 꽁무니에 한사코 매달리는데
이대로 조용히
단풍 아래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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