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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단풍 아래 잠들고 싶다

by 수ㄱi 2024. 3. 8.

 

 

단풍 아래 잠들고 싶다

                                 - 임은숙

아직 고운

단풍 앞에선

외로움을 말하지 않는다

미처 전하지 못한

뜨거운 얘기

꼬깃꼬깃 접어서

11월의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가까이서 들은 적 없는

계절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봄에 피는 꽃보다

가을에 익는 단풍으로 살 일이다

계절보다 먼저 오고

뒤늦게 가버리는

결코 질리지 않는 그리움이

바람의 꽁무니에 한사코 매달리는데

이대로 조용히

단풍 아래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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