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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봄꽃예찬 봄꽃예찬 ​ - 임은숙 ​ ​ 차례를 기다리는 배우처럼 앞선 꽃을 밀어내며 등장하는 봄꽃들은 왜 동시에 꽃잎을 열지 못하는지 ​ 동백, 매화에게 한참 뒤떨어진 개나리와 산수유 노랗게 미소 터뜨리면 제비꽃, 목련, 진달래, 벚꽃이 여기저기서 손짓하고 연보라 빛깔을 자랑하며 라이라크가 짙은 향기 토해내니 마음엔 술렁술렁 바람이 입니다 ​ 남아있는 향기를 채 비우기도 전에 코끝에 달라붙는 이질감 같은 계절에 피는 전혀 다른 꽃들의 잔치입니다 ​ 눈부신 봄의 명부에 고운 이름 빠질까 잊힐까 두려워 꽃들은 그렇게 향기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하나씩 순서대로 피나 봅니다 2024. 2. 5.
[시] 놓기, 버리기, 비우기 놓기, 버리기, 비우기 - 임은숙 꽃다워야 꽃이다 제 아무리 화려한 겉모양을 하고 있어도 향기가 없으면 꽃이라는 이름에 자격 미달이다 바람다워야 바람이다 계절에 맞춰 强弱을 조절하는 능력 없이는 바람이라 할 수 없다 꽃이 아니면서 향기를 탐했다 바람이 아니면서 능력 밖의 세계를 꿈꿨다 가장 나다워지기 위해서는 움켜쥔 주먹부터 풀어야 함을 알면서도 선뜻 행하지 못하는 아둔함 우울한 아침 블랙커피 한 잔에 미간을 찌푸리는 이유 쓴맛 때문이 아니었다 2024. 2. 4.
[시] 숨 쉬는 고요 숨 쉬는 고요 - 임은숙 靜적인 것보다 動적인 것을 선호한다 낮이 밤이 되고 자정에서 새벽으로 이어지는 순간순간을 꽃이 피고 지고 비가 오고 눈이 내리는 계절 바뀜을 부딪치는 것들을 흘러가고 있는 것들을 짙어가고 있는 것들을 깊어가고 있는 것들을 숨 쉬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내 안에서 커가는 추억을 소환한다 2024. 2. 3.
[부르기] 타향의 봄 2024. 2. 2.
[시] 시인은 시인은 - 임은숙 비를 비라 말하지 않고 슬픔이라 하기도 하고 그리움이라 하기도 한다 밤을 밤이라 말하지 않고 방황이라 하기도 하고 희망이라 하기도 한다 바람을 바람이라 말하지 않고 시련이라 하기도 하고 설렘이라 하기도 한다 봄을 청춘이라 하고 꽃을 여인이라 한다 시인은 겨울을 겨울이라 하지 않는다 2024. 2. 2.
[시] 푸른 일기장 푸른 일기장 - 임은숙 온 들녘이 연초록으로 물들 때의 일입니다 한 해 중에 바람이 가장 부드러울 때의 일입니다 부서지는 오월의 햇살이 손바닥 가득 반짝일 때의 일입니다 짧은 낮잠 꿈속이 온통 기쁨일 때의 일입니다 풀잎같이 다정한 글자들이 일기장 사이사이에서 기지개를 켭니다 2024. 2. 1.
[부르기] 돌지않는 풍차 2024. 1. 31.
[시] 몰라 몰라 - 임은숙 언젠가는 너의 깊은 눈망울과 그 눈빛에 담긴 진실을 떠올리며 어쩌면 이 순간의 감정 역시 일종의 사랑이었음에 눈시울을 붉힐지도 몰라 바람 부는 들판을 홀로 걸으며 네가 내게 했던 말들과 그 말 속에 감춰진 서운함을 떠올리며 단 한 번도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한 죄책감에 한참을 흐느낄지도 몰라 나의 슬픔 모두 너의 것이었음을 나의 등은 항상 너를 향해 있었음을 세월이 남기고 간 너의 긴 그림자 한겨울의 텅 빈 거리를 서성이는데 정작 곁에 없는 너로 하여 멀어져간 기억에 울어버릴지도 몰라 오늘이 옛날로 되는 어느 날엔가 쓸쓸히 너의 이름 부를지도 몰라 2024. 1. 31.
[시] 끝나지 않은 이야기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임은숙 너와 나의 계절 속에 그대로 남아있는 아쉬움들이 일제히 고개를 쳐드는 순간 잊었다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이 여전히 뜨거운 너의 눈빛 앞에서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한 순간에 생기를 되찾은 정다운 풍경에 어찌할 바를 몰라야 했다 상념은 어느 사이 저만치 익숙한 시간 위를 달리고 흔들리는 긴 그림자 위에 내리는 어둠이 낯설지 않다 밤새 거닐어야 할 꿈길엔 벌써 낙엽이 꽃처럼 날리고 싯누런 그리움이 뚝 떨어지고 뚝 떨어지고 2024. 1. 30.
[시] 위로 위로 - 임은숙 춥다는 내게 따뜻함을 느껴보라네 힘들다는 내게 기운을 내라 하네 슬프다는 내게 웃으라네, 활짝 웃으라네 숨 쉬기조차 귀찮다는 내게 이것저것 시도해보라네 약효가 전혀 없는 감기약 같은 말들 허공을 맴도는 바람 같은 위로 차라리 손이나 잡아줄 거지 어깨라도 내어줄 거지 2024. 1. 29.
[시] 下午의 풍경 下午의 풍경 - 임은숙 지금 내 곁에 있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물 같은 세상 산 같은 인연 숲이 보이는 창가 마주앉은 그대 눈빛에 하늘이 있습니다 구름이 있습니다 내가 있습니다 푸른 바람 맑은 새소리 정다운 茶 한 잔 정지된 시간 사이로 흐르는 꿈같은 고요 푸른 마음의 노래입니다 2024. 1. 28.
[시] 풀 풀 - 임은숙 사람들은 나를 풀이라 부른다 꽃이 아닌 풀이라 부른다 흔한 모양새에 향기라 할 것도 없는 그냥 풋풋한 냄새 어쩌면 풀이라 불리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풀이라 불린 세월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제 이름도 까맣게 잊은 채 풀의 삶을 산다 꽃이면 어떻고 풀인들 어떠리 어차피 때 되면 시드는 법 눈부신 태양 아래 바람과의 담소로 아름다운 날들이 내겐 행복이다 풀이라 불리며 꽃이 아닌 풀이라 불리며 오늘을 사는 나는 풀이다 2024.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