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149 [부르기] 한번쯤 한번쯤 수ㄱi 부릅니다 한 번쯤 말을 걸겠지 언제쯤일까 언제쯤일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붙여오겠지 시간은 자꾸 가는데 집에는 다 와가는데 왜 이렇게 망설일까 나는 기다리는데 뒤돌아보고 싶지만 손짓도 하고 싶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봐야지 한 번쯤 돌아보겠지 언제쯤일까 언제쯤일까 겁 먹은 얼굴로 뒤를 돌아보겠지 시간은 자꾸만 가는데 집에는 다 왔을텐데 왜 이렇게 앞만 보며 남의 애를 태우나 말 한 번 붙여봤으면 손 한 번 잡아봤으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천천히 걸었으면 기다려봐야지 천천히 걸었으면 2022. 8. 18. [부르기] 유정천리 유정천리 수ㄱi 부릅니다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 아들 손을 잡고 감자 심고 수수 심는 두메산골 내 고향에 못 살아도 나는 좋아 외로워도 나는 좋아 눈물 어린 보따리에 황혼빛이 젖어드네 세상을 원망하랴 내 아내를 원망하랴 누이동생 혜숙이야 행복하게 살아다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인생길은 몇굽이냐 유정천리 꽃이 피네 무정천리 눈이 오네 2022. 8. 12. 1. 재회 재회 ............... 임은숙 겨울비가 내립니다 차창너머 밤거리는 차가움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안겨옵니다 군데군데 쌓여있는 흰 눈과 오색의 네온사인불빛과 오고 가는 차량들의 전조등은 몸으로 느끼기보다 시야에 담기에 더욱 근사한 풍경입니다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구나! 확신이 드는 순간에도 차가운 뺨 위로 흐르는 뜨거운 것을 애써 참아온 그리움이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내겐 아직도 긴 만남을 위한 짧은 머뭇거림이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좀 전에 마주했던 당신을 떠올립니다 보고 싶다는 말에 저도 몰래 “나도…”라는 말이 튀어나갔지요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오기라도 한 듯 말입니다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서둘러 변명을 시도하였으나 조용한 당신의 미소에 부딪쳐 뒷말을 삼켜야 했.. 2021. 12. 1. 2. 그대 행복한가요 그대 행복한가요 ............................... 임은숙 문득 그대가 떠오릅니다 시간이 흐른 만큼 그대도 많이 변해있을까요? 그대가 불러준 노래를 듣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가슴 설레게 하는 목소리 따라서 흥얼거리며 옛 시간 속을 거닙니다 한 순간도 놓지 않던 그리움이 희미해지고 이렇게 가끔, 아주 가끔씩만 떠오르는 걸 보면 세월은 약이 맞긴 하나 봅니다 통화 목소리만으로도 마냥 설레고 좋았던 우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었던 다정한 얘기들을 하나 둘 기억해내는데 어느 사이 뜨거운 것이 볼을 적시고 있습니다 출퇴근시간마저 아쉬워 한겨울에도 시린 손으로 문자를 주고받던 우리 바람이 분다 비가 내린다 커피 한 잔 어때? 시각마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행복하던 .. 2021. 11. 24. 3. 3월의 밤, 눈이 내렸다 3월의 밤, 눈이 내렸다 .............................................. 임은숙 봄눈이었다 해질녘부터 푸슬푸슬 날리기 시작한 눈에 초저녁 거리는 어느 사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버스 역으로 향하는 15분이 다른 때와 달리 길고 길었다 털고 털어도 자꾸만 어깨에 내려앉는 눈송이가 반갑지 않았다 오만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버스 역을 서성거렸던 것 같다 이어폰에서 음악이 끊기며 벨소리가 울렸다 눈 내리는 밤거리가 거짓말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그랬다, 조금 우울했던 것 같다 너의 중심에 서있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고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더 힘들었다 통화가 끝나고 바보처럼 실실거렸다 사랑을 알고 배려를 알고 참사랑에 임하는 너를 생각.. 2021. 11. 19. 4. 꿈에서 깨어 다시 꿈으로 꿈에서 깨어 다시 꿈으로 .............................................................. 임은숙 몇 겁의 세월이 흐른 것 같이 참으로 오랜만에 그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어쩌면 서로를 볼 수 없는 메마른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늘 사랑을 확인하며 그리움을 키워왔는지도 모릅니다 고운 새소리가 축복처럼 들려오는데 그대가 하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한 것 하나 없다는 것이 너무 신기해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인지도 몰라 서로 다른 일상 속에서도 같은 생각 하나의 마음으로 달려온 우리였으니까” 겨울이 가고 봄이 오 듯 자연의 섭리는 그 누구의 힘에 의해 뒤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겨울이 가니 봄이 온 것입니다.. 2021. 11. 12. 5. 한 사람 한 사람 ............................ 임은숙 세찬 눈보라에 바깥출입을 거부하던 마음이 포근한 3월의 창밖을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의 반란이다 봄의 이름 안에서는 모든 것이 처음인 듯 낯설다 아직은 그늘진 곳을 피해 양지쪽으로 에돌아가지만 머지않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이 고맙기도 할 것이다 이름도 상큼한 봄이라 했던가 코발트빛 하늘을 쳐다보는데 희미한 입김 몇 가닥이 연기처럼 날린다 그저 날릴 뿐이다, 춥지 않다 이제 더는 겨울이 아님을 어떡하리 봄 안에서 우리는 꽃이나 잔디 새나 구름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바람에 실려 오는 화답소리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피어납니다 자랍니다 노래합니다 날아옙니다 눈빛이 맑아서 좋은 사람 향기라 부.. 2021. 10. 26. 6. 손잡고 가요 손잡고 가요 .............................. 임은숙 무한한 가능성으로 설렘을 주는 아침입니다 맑은 눈빛의 그대와 마주할 시간을 기다리며 옹근 하루의 여백에 어지럽게 그려질 이름 석 자 떠올립니다 부옇게 흐린 하늘마저도 기쁨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아침 가만히 있는 나뭇가지를 춤추게 하는 바람처럼 무심한 나의 일상에 오색의 미소를 그려주는 그대로 하여 행복합니다 한 두 마디 오고가다 그쳐버릴 대화도 재미있게 이어가는 그대는 달변가이기도 합니다 한적한 산책길에서, 북적이는 인파속에서 혹은 일하는 시간에도 문득문득 떠올라 지난 수다의 한 토막에 바보처럼 실실 웃곤 합니다 환희로 반짝이는 봄날아침입니다 더 눈부신 햇살을, 더 포근한 바람을 욕심내지 않고 믿음 하나로 소박.. 2021. 10. 16. 7. 가지마! 내 그리움아 가지마! 내 그리움아 ......................................................... 임은숙 오늘은 뭔가 좀 해야지 하면서 시작한 아침입니다 간밤엔 이런저런 계획들도 세워보았습니다 허나 두 다리는 어제처럼 꼼짝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커피 한 잔을 준비합니다 서둘러야지,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지어봅니다 향이 짙은 커피 한 모금 홀짝입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다 혹시나 하면서 창밖을 기웃거립니다 바람의 기척조차 없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립스틱 자국이 그려진 커피 잔을 한참 들여다봅니다 식어버린 커피를 입속에 털어 넣습니다 뜨거울 때보다 마시기에 훨씬 편하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파란 하늘에 저 많은 구름송이가 동시에 창으로 .. 2021. 10. 6. 8. 상념의 旅路 상념의 旅路 ............................... 임은숙 또 다시 가을이 오려나봅니다 식어버린 도시의 거리만큼 당신도 쓸쓸하겠지요? 스치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가끔은 소주 한 잔에 텅 빈 거리를 헤매기도 하겠지요 하얀 입김이 희미하게 보일 만큼 제법 차가운 밤입니다 식은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지난 시간을 거슬러 사색의 걸음 옮겨봅니다 간절하게 원하면 꼭 이루어진다고 믿던 그 시간 안에 아주 말라버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 마음조각들이 이리저리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밤하늘에 시선을 던지고 무심코 입술에 갖다 대는 찻잔에 가을의 냄새가 묻어있습니다 익숙한 듯 낯선 가을이 창을 기웃거립니다 2021. 10. 1. 9. 나는 양치기소년이 아닙니다 나는 양치기소년이 아닙니다 ............................................................... 임은숙 이솝우화 중의 양치기소년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로 마을사람들과 장난치다가 결국 진짜로 늑대가 나타났을 때엔 도와주러 오는 이가 없었다는 교훈적인 이야기 말입니다 밀려오는 그리움에 주저주저하며 익숙한 번호를 누릅니다 기다리던 목소리가 전해져 오면 짙은 불안의 그림자가 저만치로 물러가고 신호음이 끊길 때면 저도 몰래 긴 한숨이 입가에 달라붙습니다 “그냥 해봤어” “여긴 비가 내려” 불러놓고 적당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런 나의 행동이 언젠가는 그대의 무심함을 불러올까 두렵습니다 별일 없겠지, 그냥 해보는 거겠지 .. 2021. 9. 27. 10. 어깨의 존재가치 어깨의 존재가치 ........................................ 임은숙 이 세상에 내 어깨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도 있음을 미처 몰랐습니다 내가 힘들 때는 누군가의 든든한 어깨를 그토록 갈망하면서도 정작 내 어깨의 존재가치는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소탈하고 명랑한 그에게는 애초부터 고민이나 우울 따위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언제나 나를 향해 해바라기미소를 짓는 봄 같은 사람이었기에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짙은 어둠속을 방황하는 그를 보게 되었고 그제야 나의 팔이 너무도 짧다는 것을 습관이란 이토록 무서운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를 감싸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나를 보았습니다 따뜻한 미소 뒤에 감춰진 그늘은 보지도 못하고 작은 서운함에 앵돌아져서 그를 힘들게 하였습니.. 2021. 9. 22. 이전 1 ··· 9 10 11 12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