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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149

11. 마음휴게소 마음휴게소 ​ .................................... 임은숙 ​ ​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북적이는 거리가 싫어지고 조용한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밤하늘에 별들과 눈을 맞추며 창을 두드리는 자정의 바람소리 귀에 담습니다 ​ 어쩌면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평온인지도 모릅니다 잎사귀를 털어낸 나뭇가지를 보며 마음바닥에 수북이 깔린 마른 기억들을 떠올립니다 ​ 얼마나 찬란했던가! 얼마나 아팠던가! ​ 아름다움과 서글픔이 교차하는 마음에 어둠이 내리면 멀어져간 그리움을 당겨옵니다 되돌아가고 싶은 간절함보다는 흑백영화의 스크린을 마주한 것 같은 여유로움입니다 커피 한 모금에 잔잔한 감동 하나씩 곁들이며 여기서 잠시 쉬어갈까 합니다 2021. 9. 17.
12. 바람의 기억 바람의 기억 ​ ...................................... 임은숙 ​ ​ 나뭇잎 사이로 흘러드는 아침햇살이 샛노란 숲길을 만들어줍니다 만개한 들꽃 속에서 나의 그림자가 꽃잎인양 흔들리고 있습니다 ​ 갈바람에 묻어있는 슬픔에 눈시울을 붉힙니다 작은 서운함이 커다란 미움 되어 내 안에 생채기를 내고 그 생채기가 다시 무언의 오기로 바뀌어 무거운 침묵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 불안한 몸짓으로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숨바꼭질에 서툰 어린아이 같습니다 ​ 여기저기 뒹구는 때 이른 낙엽들과 손등에 곱게 내려앉는 단풍잎 한 장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노랗게 타버린 그리움과 지금은 미움이라 말하는 먼 훗날의 기억이겠지요 ​ 옷깃을 파고드는 한 점 바람에 미처 부르지 못한 사랑노래 곱게 동여매여 .. 2021. 9. 12.
13. 나의 아지트 나의 아지트 ​ ................................ 임은숙 ​ ​ 넓고 화려한 큰집이 부럽지 않습니다 한껏 게으름 피우며 늦잠을 즐길 수 있고 씻지 않은 그릇과 더러워진 양말짝이 구석구석 뒹굴어도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나의 작은 공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 타인의 눈치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곳 세상을 향한 두꺼운 가면을 벗어버리고 온갖 스트레스를 먼지처럼 털어 버리고나면 부르는 듯 졸음이 몰려오지요 ​ 창을 스치는 바람소리는 내 四季의 자장가입니다 빗소리에 찾아드는 진한 외로움과 눈 날리는 날의 하얀 그리움에 때론 펑펑 소리 내어 울고 싶어집니다 ​ 한참을 그렇게 울고 나면 마음에는 잔잔한 평화가 찾아들지요 천리 밖에서도 작은 창가의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간절한 나만의 .. 2021. 9. 9.
14. 내 안에 자리하셨으므로 족합니다 내 안에 자리하셨으므로 족합니다 ​ .............................................................................. 임은숙 ​ ​ 당신이 그리운 날 하얀 숲길을 찾았습니다 도심의 거리만큼 바람도 차지 아니한 숲에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제법 귀맛 좋게 들립니다 ​ 푸름을 거쳐 오색의 절정을 향하던 나뭇잎들은 거짓말같이 초라한 모습으로 빈가지에 하나 둘씩 매달려 무언가를 쉼 없이 수군거립니다 ​ 당신생각에 골몰한 나를 흉보는 걸까요? 메마른 낙엽 하나가 내 어깨를 툭 건드리곤 발 아래로 내려앉습니다 언 땅 위에서 하얗게 떨고 있는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습니다 ​ 흐른 시간만큼 멀어진 기억이 아니라서 이미 정지된 그리움이 아니라서 어제를 .. 2021. 9. 7.
15. 晩秋 晩秋 ​ ................ 임은숙 ​ ​ 계절이 짙어가고 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 가을이면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낙엽이 눈처럼 쌓인 오색풍경입니다 ​ 걸음마다 뚝뚝 떨어지는 사무침이 사라진지 오래된 마음에 돌멩이라도 던져 파문을 일으켜야 할 때입니다 ​ 시간의 흐름에 비례되는 무심함이 편하다가 불안하다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미워집니다 가을이 닿은 길목마다 새록새록 돋아나는 추억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 가을이라 불렀던 그대 하늘이라 불렀던 그대 바람이라 불렀던 그대 ​ 멀어져간 따스한 언어들을 애써 들춰내는데 절정으로 치닫는 단풍 숲에 하나 둘 일어서는 기억이 새롭습니다 2021.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