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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216

[시] 바람의 안부 바람의 안부 - 임은숙 그동안 너무 추웠던 건 아닌 가고 아직도 작은 감동 하나에 바보처럼 질펀하게 눈물 쏟느냐고, 아니면 예전처럼 떨어지는 잎새 하나에도 온 몸을 빨갛게 물들이고 단풍처럼 숲을 서성이냐고 멀리 갔던 바람이 내 창가를 서성이며 하는 말 아니야! 모르고 하는 소리 그동안 바람은 참 세찼어, 그러나 조금도 춥진 않았어 그 바람에 나를 싣고 난 불같은 사랑을 했었지 아직도 빨간 옷 차려입고 숲속을 거닐며 질펀하게 눈물 쏟긴 하지만 나 진정 행복하다고 2023. 10. 15.
[시] 저 강을 건너고 싶다 저 강을 건너고 싶다 - 임은숙 그대 내 곁에 있던 순간의 아름다움은 쌓여가는 세월 속 먼 기억으로 빛바래어져가고 그대 빈자리의 쓸쓸함이 물이 되어 내 마음에 흐를 때 그대 또한 나로 하여 아픔의 시간을 인내할까 그대와 나 사이 가로막은 강 오늘은 저 강을 건너고 싶다 2023. 10. 14.
[시] 그 가을날 그 가을날 - 임은숙 그날, 바람이 을씨년스럽던 바로 그 가을날 하늘은 유난히 푸르렀습니다 그날, 낙엽이 쓸쓸히 나뒹굴던 바로 그 가을날 바람은 내 마음까지 흔들어놓았습니다 그날, 당신이 두 손 꼭 잡아주고 떠나던 바로 그 가을날 내 마음도 당신 손에 건네주었습니다 그날, 당신이 아쉬운 듯 등 돌리며 무겁게 발을 옮기던 바로 그 가을날 당신 눈가에서 반짝이는 이슬 꽃을 분명 보았습니다 2023. 10. 13.
[시] 바보의 일기 바보의 일기 - 임은숙 밤새 잘 잤냐고요? 천만에! 장밤 달리는 열차의 떨림으로 당신을 기다리지 않았던가요? 눈으로 전해지는 느낌만이 사랑이 아니라던 당신의 그 말 떠올리며 살포시 눈감고 마음으로 느껴보려 애쓰지 않았던가요? 곁에 없어도 가까이 있는 듯한 그 느낌이 사랑이라기에 차가운 바람소리 들으며 당신의 빈자리 더듬지 않았던가요? 2023. 10. 12.
[시] 슬퍼하지 말자 슬퍼하지 말자 - 임은숙 이제 우리 햇살 같은 얼굴로 마주보자 너와 나 오늘에야 만나게 됨도 어쩌면 짧은 시간 더욱 소중히 아끼며 세상 끝까지 가라는 神의 암시인지도 모르잖니 이제 더 이상 슬픈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지 말자 긴 세월동안의 아무 목적 없는 방황도 어쩌면 숙명의 만남을 위한, 준비과정이었는지도 모르잖니 이제 우리 가슴으로 서로를 느끼자 네 진실, 내 진정을 확인한 지금은 그냥 뜨거운 사랑 가슴으로 느끼자 2023. 10. 10.
[시] 눈사람의 마음은 아무도 몰라 눈사람의 마음은 아무도 몰라 - 임은숙 겉과 속이 한결같아 작은 비밀 하나 간직할 줄 모르지 기쁨도 슬픔도 속으로만 인내하고 그리움도 미움도 드러낸 적 없었는데 동강난 그리움이 슬픈 음악 되여 가슴을 찌르는 순간 겨우내 간직했던 사랑이 하얗게 녹 는 다 순백의 떨림으로 사라진 눈사람의 진실 그 누가 알까? 2023. 10. 8.
[시] 기억 저편의 풍경 기억 저편의 풍경 - 임은숙 생의 마감을 맞은 사람처럼 모든 것이 허무하기만 한 시간 아무 일도 아닌 듯 씁쓸한 표정을 짓고 나 혼자만의 풍경 속으로 떠나본다 희미하게 빛바래어진 그 사람의 옛 모습을 간신히 떠올리며 자주 찾던 강변의 나무에 새겼던 사랑언어 더듬어본다 내 눈물만큼 아파했던 사람, 어쩐지 함께 하여야만 할 것 같았던 사람, 무엇이나 손잡고 바라봐야만 할 것 같았던 사람 그것이 사랑이었을까 찢어지고 부서진 기억의 조각들이 난무하는 거리엔 오늘따라 바람이 유난히 차갑다 2023. 10. 5.
[시] 낙엽 속에 그리움 묻어놓고 낙엽 속에 그리움 묻어놓고 - 임은숙 뜨거운 계절의 낭만이 처량한 나목(裸木)의 쓸쓸함으로 대체되고 텅 빈 들녘을 지나 차가운 플랫 홈에 들어서는 겨울 행 기차의 기적소리 한 줌 낙엽 속에 묻힌다 시리도록 슬픈 가을하늘에 못다 한 내 그리움을 메아리로 남기며 이제 가을은 떠나고 있다 무수한 추억들을 미처 비우지 못한 마음 곳곳에 던져놓고 놓고 싶지 않은 아쉬움을 서성이는 바람 한 자락에 매달고 그리움을 말하기엔 이 가을이 너무나 짧고 미움을 하소연하기엔 다가온 겨울이 너무나도 차가웠다 2023. 10. 2.
[시] 너와 나의 아침은 너와 나의 아침은 - 임은숙 가볍게 춤추는 하얀 커튼 사이로 싱그러운 풀 향기 코끝을 간질이는 그런 아침이었으면 좋겠어 맞잡은 두 손의 온기를 폐부로 느끼며 지저귀는 뭇새들의 속닥거림 속에 정다운 눈길 주고받는 그런 아침이었으면 좋겠어 간밤의 꿈 얘기를 너에게 들려주며 너의 사랑한다는 고백과 함께 이마에 닿는 네 입술의 촉감을 만끽하는 그런 아침이었으면 좋겠어 다시 맞이하게 될 너와 나의 아침을 꿈꾸는 별빛 찬란한 밤을 기다리며 2023. 10. 1.
[시] 가을의 고독 속엔 가을의 고독 속엔 - 임은숙 지척에 두고서도 아파해야 했습니다 언제나 짧기만 한 만남이 아쉬워서일까요? 서글픔 가득 담고 조용히 서있는 저기 저 가을나무 사박사박 낙엽 밟는 소리마저 아픔이었습니다 헤어지기 전부터 솟구치는 당신에 대한 그리움일까요? 다홍빛 몸짓으로 난무하는 저기 저 한 잎 또 한 잎의 낙엽 옷깃을 여미며 찬바람 속을 거닐어야 했습니다 다시 다가올 기다림이 두려워서일까요? 새벽부터 쉼 없이 토해내는 바람의 짙은 한숨 속엔 계절의 고독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2023. 9. 29.
[시] 인연이란 인연이란 - 임은숙 남남이던 두 사람이 하나로 만나 동화 속의 뾰족한 성곽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공주와 왕자 같은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려면 끝이 없는 기다림과 노랗게 타들어가는 그리움과 때로는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미움마저도 견디어내야 하는가 봅니다 그대의 빈자리로 하여 느껴지는 가을하늘같이 휑뎅그레한 공허감 시간이 갈수록 풍선처럼 부풀어만가는 그대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 그 한 조각의 공허함이, 그 한 조각의 그리움이 마침내는 커다란 미움이 됩니다 한없이 밉다가도 새삼스레 그리워지는 그 미움과 그리움 속에서 그대와 나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러나 한시각도 멈추지 않고 저 멀리 신기루마냥 우뚝 솟은 뾰족한 성곽을 향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2023. 9. 21.
[시] 그 겨울 그 겨울 - 임은숙 유난히 추웠다 밤이 오고 네 얼굴 별이 되어 창가에 닿으면 내가 읽던 책속의 문자들이 찬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차가운 달빛이 냉소(冷笑)로 방안을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새벽이 오고 네 모습 성에 되어 창에 매달리면 도망갔던 문자들이 창에 녹아 내렸다 보 고 싶 다 ... 2023.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