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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216

[시] 부르지 않으마 부르지 않으마 - 임은숙 부르지 않으마 떠난다고 등 돌린 너를 고요한 가슴에 조용히 다가와 커다란 파문만을 일으키고 아무 일 없는 듯 눈길 한번 맞춰주지 않고 차갑게 돌아서버린 너이기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도 부르지 않으마 너와 함께 했던 지난 시간동안 엮어놓은 추억의 보따리 헤치면 아픔의 기억조각들이 난무하겠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 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눈물로 얼룩진 얼굴에 슬픈 웃음이나마 지을 수 있기에 잊어달라는 말, 장난처럼 내뱉은 너를 부르지 않으마 이제 먼 훗날 바람처럼 스쳐 지나는 인파속에서 나 아닌 다른 여자와 손잡은 너를 보더라도 네가 행복하게 지낸다는 확인 하나로 모르는 사이인 듯이 너를 부르지 않으마 2023. 3. 26.
[시] 허무 허무 - 임은숙 거짓과 위선으로 도배된 세상 허영과 가식으로 충만된 공간 이러한 세계에서 멋진 꿈꾸는 이곳엔 바보들이 많고도 많다 위선으로 가려진 거짓을 보면서 가식으로 답례하는 허무한 곳 봄풀의 설렘도 있었다 여름날의 햇볕 같은 감정도 있었다 싸늘히 식어가는 커피향도 있었다 추위에 옷깃을 여미기도 했다 그러나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슴 허비는 아픈 추억을 제외하고는 2023. 3. 25.
[시] 편지 편지 - 임은숙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리는 날이면 따스한 커피 한잔과 함께 편지를 적습니다 희미하지만 무척이나 다정히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 그 얼굴 한번 생각하고 글 한자 적습니다 글 하나 하나에 애틋한 그리움과 보고픔을 정히 담아서 될수록 많이 적으려합니다 그 사람이 읽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나만의 행복 안에서 즐겁기만 하니까요 커피 한 모금 살짝 들이키고 글 한자 적습니다 입가에 머무르는 진한 커피 향으로 느껴지는 그 사람과의 행복하고 아름답기만 한 순간들 봉투에 상큼한 커피 향을 듬뿍 채워 넣었습니다 그 사람은 알 수 없을 겁니다 제가 매일매일 쓰고 있는 편지의 내용을... 종이 한 장, 볼펜 하나가 눈에 띄일 때 버스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일하다가 가끔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 언제 어디서나.. 2023. 3. 24.
[시] 만남 만남 - 임은숙 누구는 행복하다고 하고 또 누구는 슬프다고 합니다 그러나 서로가 낯설기만 한 인간의 부딪침 속에 어찌 행복만 있겠습니까 또 어찌 슬픔만 있겠습니까 성숙을 재촉하는 짙푸른 산야 고옵게 익어서 줄기와 헤어지는 단풍잎이 가만히 속삭여옵니다 행복을 느껴보라고 정도 이상의 욕심은 부질없는 짓이라고... 한 순간의 만남도 영원한 아름다움으로 남을 수 있다고... 2023. 3. 23.
[시] 친구 같은, 애인 같은 친구 같은, 애인 같은 - 임은숙 아름답지만, 좀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지만 그러면 그 어여쁨이 깨어질까 저어되어 감히 다가서지 못합니다 그립고 보고 싶지만, 그러면 나 전부의 무게가 그대의 부담으로 될까 두려워서 눈을 감아버립니다 세상에 흔치 않는 만남이기에 인연을 더욱 더 소중히 다루자던 그대, 친구 같은, 애인 같은, 서로에게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되려는 그대의 바램을 따르기로 하겠습니다 언젠가는 헤어지는 그날이 오더라도 지금 서로가 만들고 있는 예쁜 추억으로, 그 추억 하나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라고 믿기에 2023. 3. 22.
[시] 천연(天緣) 천연(天緣) - 임은숙 우리의 만남을 우연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의 만남은 필연이었고 천연(天緣)이었습니다 어느 날 길가다가 문득 마주친 사이가 아닌, 하느님의 안배로 그곳에 둘이 똑같이 나타났던 겁니다 옷깃을 스치고 지나버린 정도가 아닌, 서로에게 엷은 웃음 한 번 선물한 정도가 아닌, 만나서부터 든든한 끈으로 이어진 우리였습니다 하기에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제쳐놓고 그대 하나에게 매달리기도 작심한 저였습니다 저한테서 이토록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중한 인연이기에 그대에게 있어서 저도 가슴 전체를 메우는 그러한 존재로 남고 싶었습니다 필요이상의 구속이 그대를 힘들게 할 줄 알면서도 그대의 일거일동에 눈을 밝혔던 바보입니다 지친 몸으로 돌아서는 그대의 등 뒤에는 진한 괴로움이 묻.. 2023. 3. 21.
[가사] 님에게 쓴 편지 님에게 쓴 편지 - 임은숙 저 하늘 흰 구름에 담아 보낼까 스치는 바람 편에 실어 보낼까 비 오면 비가 와서 그리워지고 눈 오면 눈이 와서 보고파지는 님에 대한 나의 그리움 한정 없어라 해와 달 바뀌어도 변함이 없는 세월이 흐를수록 깊어진 사랑 하도나 그리워서 종이에 그리면 방긋이 미소 짓는 그 모습 좋아 님에 대한 나의 그리움 끝이 없어라 2023. 3. 21.
[시] 작은 새 한 마리 작은 새 한 마리 - 임은숙 작은 새 한 마리 조롱 속에 갇혀 푸덕이고 있다. 하늘은 예처럼 푸르고 풀 향기 변함없이 그윽한데 어제 날의 꿈은 어디? 자유는 어디? 푸덕이고 또 푸덕이고 몸부림쳐도 작은 몸 땀범벅 돼도 벗어날 길 없는 철창 운명이란 때론 어찌할 수 없는 함정인가 항쟁이란 때론 여린 부리로 철창 쫓기인가 작은 새 한 마리 마침내 피를 물고 폭 꼬꾸라진다. 삐 쬬 르 릉 ... 2023. 3. 20.
[시조] 일등바보 일등바보 - 임은숙 못 믿는 세상에서 약속은 고무풍선 잊으면 마음 편해 맹세도 허언 신짝 오늘도 못 잊고 미련을 우는 여기 있소 일등바보 2023. 3. 19.
[시조] 무제 무제 - 임은숙 장난도 지나치면 끝에는 울음이요 웃음도 넘쳐나면 흘러서 눈물이라 어차피 눈물인 데야 웃으면서 살고지고 2023. 3. 19.
[시조] 그 사람 그 사람 - 임은숙 지치고 힘겨운 날 떠오르는 얼굴 하나 부르면 한가슴이 가득 차는 이름 하나 그 옛날 스쳐 지나친 후회속의 그 사람 2023. 3. 18.
[시조] 가을숲길 가을숲길 - 임은숙 추억이 묻혀있는 단풍 고운 숲속 길을 나 혼자 가고 가도 서럽지 아니함은 이 가을 풍요로움 속에 그대 향기 있으매라 2023.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