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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221

[시] 기억을 담는 시간 기억을 담는 시간 ​ - 임은숙 짙어가는 계절 빛에 뚝뚝 낙엽이 지는 소리 늘 이맘 때 마음의 숲은 절정이다 싯누런 풀잎 사이사이 세월 앞에 녹슬지 않는 그리움을 기억이라고 중얼거리며 바람의 속성을 떠올린다 더 이상 사랑 아닌 감정 왕복의 자유를 지닌 바람을 부러워하며 뛰어넘지 못할 인생 편도의 설음에 마음은 때 이른 겨울을 걷는다 2023. 11. 18.
[시] 지나가겠지요 지나가겠지요 ​ - 임은숙 언젠가는 그치는 빗물처럼 예고 없이 오고가는 계절처럼 무게를 더해가는 젖은 상념도 통째로 나를 휘두르는 어두운 방황도 때가 되면 지나가겠지요 열린 창으로 밀려드는 어둠도 찻잔 깊숙이 가라앉는 앙금 같은 슬픔도 잔잔한 음악이 있어 반가움이겠지요 선율 타고 흐르는 외로움마저 없었다면 그 무엇으로 견뎌왔을까? 홀로일 수 없는 나와 꼭 그대여야만 하는 이유 나란히 함께 서고픔이다 그대 빗물 되어 내리면 나는 물이 되어 흐르겠지요 시간이 파놓은 곬을 따라 어딘가로 자꾸만 흐르겠지요 2023. 11. 17.
[시] 흔들리는 도시 흔들리는 도시 ​ - 임은숙 작은 도시의 11월은 어둠이었네 한없이 먼 그대 닮은 바람에 차거운 내 뺨을 비비며 날리고픈 그리움을 마른 낙엽에 얹어놓았네 둘러보아 보이지 않는 그 숱한 언어들 침묵의 계절엔 입에 빗장을 걸라 하네 여러 갈래의 낯선 길들과 또 다른 이름의 우리 눈 먼 바람처럼 다시 뜨겁게 부딪칠 수 있을까? 2023. 11. 16.
[시] 내려놓기 내려놓기 - 임은숙 창밖 수북이 쌓이는 낙엽사이를 바람처럼 휘젓고 다니는 숙명 같은 저 기억을 어찌하리 종내는 놓을 수가 없어 노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눈물 한 방울로 어둠속에 스며드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한 내안의 나 그리움 한줌 낙엽처럼 놓아두고 가는 찬바람아 소리 없이 잎사귀를 털어내는 가을나무의 비장함을 너는 아는가? 버려야 할 것에 높은 울타리를 치며 이 가을 나는 정녕 무엇을 내려놓았는가? 2023. 11. 15.
[시] 그림자의 길 그림자의 길 - 임은숙 어제와 같은 하루를 만지작거리다 서녘의 쓸쓸함을 마주한다 해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끼는 것은 한 줄기 비를 예고함이고 내 마음에 짙은 어둠이 깔리는 것은 누군가 사무치게 그립기 때문 그대 향기일가 바람소리에 뒤섞인 촉촉한 냄새 잡힐 듯 말 듯 한 가닥의 젖은 상념 허공에 내밀었던 손바닥 위로 아직은 서툰 몸짓의 빗방울이 내려앉는 소리 앙증맞다 스치는 모든 것을 바람이라 한다면 나를 감싸고도는 그대는 무엇인가 슬픔의 간이역에 어두운 그림자 길게 뉘이며 오늘도 기다림이 있어 행복하다고 어제와 같은 말을 반복한다 2023. 11. 14.
[시] 차 한 잔의 비애 차 한 잔의 비애 - 임은숙 그대 곁에 놓이는 순간 뜨거운 가슴이었습니다 설렘 그리고 환희 조용히 그대 눈빛을 바라봅니다 가슴 졸이며 그대 손길을 기다립니다 그 무언가 그대를 힘들게 하나봅니다 그 무언가 그대를 아프게 하나봅니다 서서히 그대 눈빛이 나에게로 향합니다 식어버린 가슴과 잃어버린 향기의 나는 이제 차겁게 자정의 쓸쓸함으로 그대를 인도해야만 합니다 늘 그랬습니다 2023. 11. 14.
[시] 너와 나의 배경 너와 나의 배경 - 임은숙 생각과 생각이 만나는 것 마음과 마음이 부딪치는 것 같은 하늘아래 서로 다른 시간 속을 달리면서 잠자기 전이나 아침에 눈을 뜰 때 밥을 먹거나 숲길을 거닐 때 일을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어쩌면 일하는 시간마저도 그리움을 놓지 않는 것 그 기쁨을, 설렘을, 행복을 사랑이라 했다 바람이 알고 나뭇잎이 아는 사연 별이 알고 새벽이슬이 아는 사연 너와 나, 둘만의 계절 속엔 봄빛이 무성하다 2023. 11. 13.
[시] 너의 커피 한 잔에서 김이 되어 떠나리 너의 커피 한 잔에서 김이 되어 떠나리 ​ - 임은숙 잿빛하늘 저 끝에 꽂힌 눈길을 당겨올 수가 없다 하얀 안개꽃같이 피어오르는 슬픔이 눈가에 그들먹이 고이면 버릇처럼 허공에 두 팔을 뻗어보지만 더더욱 움츠러드는 마음은 아마 너 없는 세상이 아직은 두려운가보다 늘 그 자리에 태양의 모습으로 자리했던 너 그리고 해바라기처럼 노랗게 너를 향했던 나 행복이었던 것 같다 닿지 않는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고 닿지 않는 손길로 서로를 감싸며 밝음보다는 어둠이 많았던 그 시간들에 우리는 서로의 단 하나였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추억으로 돌려야 할 때 식어버린 커피 잔과 코끝에서 맴도는 희미한 모카향이 낯설다 아무런 예고 없이 먹구름이 시야를 가르며 이제 이별 같은 비를 퍼부으려나보다 2023. 11. 12.
[시] 5월 수채화 5월 수채화 ​ - 임은숙 흩어지는 라이라크향기 속에 옛 생각이 어지럽다 꽃이 피어 기쁜가 잎이 지어 슬픈가 어차피 오고가는 인생의 섭리 5월의 언덕에서 안타까이 그대를 부를 때 마음 깊은 곳에선 이미 낙엽이 흩날리고 있었음을 귀에 익은 휘파람소리 들리는 것 같아 자꾸만 뒤돌아보는 그 언덕에 때 아닌 찬바람만 서성이고 가녀린 가지 위에 두툼하게 내려앉은 꽃은 말없이 꽃잎만 떨어뜨린다 메마른 가슴에 뚝뚝 떨어져 퍼지는 보랏빛물감 다시 봄이 간다 2023. 11. 12.
[시] 푸르른 환희 푸르른 환희 ​ - 임은숙 물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6월의 숲길에 냇물처럼 흐르는 건 내 그리움이다 눈부신 이파리들이 들려주는 계절의 노래 뚝뚝 떨어지는 푸르른 환희 신나는 건 바람뿐이 아니다 어쩌면 나를 향해 출발하는 너의 발길이 더 큰 기쁨일지도 모른다 나무에 꽃을 피워 봄이라면 우리 마음에서 꽃 같은 언어를 꺼내주어 여름인 게다 나뭇가지사이로 바람이 분다 새들이 흘린 손짓을 따라 새처럼 날고 싶은 아침이다 2023. 11. 11.
[시] 꽃이 되어 꽃이 되어 ​ - 임은숙 ​ ​ 눈물만큼 화사하게 한숨으로 향기를 토하며 긴 기다림을 인내한 아픔이라 불렸던 것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켭니다 천자만홍 꽃이 피고 지는 의미 어두운 밤이 가면 새아침이 온다고 눈물로 피워낸 꽃이 더 아름다운 거라고 저들만의 언어로 분주히 안부를 주고받습니다 추웠다고 그리웠다고 꽃이 되어 누군가에게 마음 전하고픈 햇살 고운 어느 봄날입니다 2023. 11. 11.
[시] 봄꽃을 보며 봄꽃을 보며 ​ - 임은숙 고운 모습 보이다 금세 사라지는 봄꽃처럼 내 사랑도 피었다 바로 스러질까 못내 두렵다 가고 오는 세월 오고가는 인연 봄꽃 같은 추억이라면 나의 봄은 마냥 슬픔이겠지 누가 떨어뜨린 눈물 한 방울 슬픈 듯 은은한 향기 속에 봄꽃을 보며 나, 봄을 앓고 있다 2023.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