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아름다워서355 18. 하루가 갔습니다 하루가 갔습니다 - 임은숙 해질녘 강가에서 당신을 부릅니다 메아리로 돌아오는 당신의 마음 황혼이 깃든 물위에 붉디붉은 그리움의 조각들이 출렁입니다 하루가 갔습니다 다시 하루가 갔습니다 당신 생각을 아예 놓아버린 듯 애써 무심한 척을 해도 예나 지금이나 내 안에 자유는 없습니다 마구 안겨드는 노을빛에 그만 눈시울을 붉히고 맙니다 손바닥을 쫙 펴도 남아있는 모래알처럼 손바닥을 뒤집어도 떨어지지 않는 젖은 모래알처럼 결코 놓을 수 없는 당신입니다 어둠이 내리면 당신은 꿈길로 오시겠지요 밤이 올 줄 모르고 시작하는 아침처럼 낯선 설렘으로 하루를 열고 다시 숙명 같은 황혼을 맞이하겠지요 2023. 2. 2. 19. 무죄 무죄 - 임은숙 꽃에 취한 키 큰 나무 정수리에 달이 턱을 괴고 길 잃은 바람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고요한 듯 술렁이는 사월의 밤 나무가 꽃을 원했는지 꽃이 나무를 불렀는지 나무숲이 통째로 흔들린다 달빛에도 길을 찾지 못한 눈 먼 바람의 격한 숨소리 요란타 봄이기에 가능한 모든 흔들림은 무죄다 이제 꽃은 가라 향기만 두고 꽃은 가라 2023. 2. 1. 20. 원합니다 원합니다 - 임은숙 아름다운 만남 깊은 만남을 원합니다 화려하고 눈부신 겉모습보다는 들꽃같이 소박한 사랑 진실 하나로 서로에게 다가서는 거짓 없는 참사랑을 원합니다 맑고 푸른 날만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찬 비바람과 어둠의 시간들도 두 마음이 하나 되어 이겨나가는 산 같은 사랑 후회 없는 만남을 원합니다 2023. 1. 31. [메모] 겨울 해는 눈부셔도 뜨겁지는 않다 2023. 1. 30. 21. 기쁜 동행 기쁜 동행 - 임은숙 봄 한철 피는 꽃들은 욕심이 없다 진달래 개나리 민들레 제비꽃... 모양새도 다르고 색깔 또한 각각이지만 하나의 숲에 하나의 계절에 피는 것만으로도 좋다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저마다의 향기로 숲을 흔든다, 계절을 장식한다 영원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너와 내가 우리라는 이름 안에 꽃으로 피어 기쁜 동행의 길에서 서로의 향기로 계절을 물들인다 2023. 1. 29. 22. 퍼즐 맞추기 퍼즐 맞추기 - 임은숙 꽃이 피지 않는 봄은 얼마나 삭막할까 구름을 품지 않은 하늘은 얼마나 단조로우며 네가 없는 나의 하루는 또 얼마나 길까 모든 것에 일정한 빈자리를 두어 퍼즐함정을 만드는 세상은 요지경인가 겨울 끝자락에 봄의 자리 남겨두고 꽃잎 사이 바람의 길을 틔워놓고 태양의 자리를 메우는 달과 자정의 고요를 깨뜨리는 흐느낌과 새벽이슬에 뒤섞인 슬픔 한 방울 밤의 꽁무니에 바람처럼 매달리는 아침이 있다 2023. 1. 28. 23. 그림자의 밤은 슬프다 그림자의 밤은 슬프다 - 임은숙 노을빛 속으로 그대의 긴 그림자 멀어지면 용케 참았던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흐릅니다 이름 모를 새들마저 둥지를 찾아드는 저물녘은 온통 붉디붉은 슬픔입니다 그대 미소 사라진 차가운 거리에 어둠이 내리고 마음엔 짙은 한숨이 이어집니다 한사람만을 위한 노래 자정을 지나 새벽을 달리고 식어버린 커피 잔엔 그대 모습만이 덩그러니 다시 아침햇살 되어 그대 마음창가에 매달리기까지 그저 그대 모습만이 덩그러니 2023. 1. 27. 24. 멀어지는 꿈 멀어지는 꿈 - 임은숙 未知의 시간 속에 자신을 던져놓고 흐르는 어둠 앞에 한숨을 토합니다 이제 멈추고 싶다고 바람은 수런거리는데 날개가 소원인 나의 꿈은 부풀어만 갑니다 저만치 밀려가는 기억의 숲엔 아직도 태양처럼 뜨거운 내가 있는데 보이지 않는 내일은 자꾸만 멀어집니다 물밑 같은 고요 빛과 어둠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얀 생각들이 찬바람에 어지러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2023. 1. 26. 25. 너로 하여 슬픈 이가 있다 너로 하여 슬픈 이가 있다 - 임은숙 나의 눈물이 너로 하여 생겨난 것임을 안다 숙명 같은 외로움을 길들이지 않으면 결코 너에게 닿을 수 없음을 안다 어둠 저편에 보이지 않는 빛으로 존재하는 네가 있어 내가 끌어안아야 할 것이 넘치도록 많다 가슴 밑바닥에 두텁게 깔리는 한숨 부르는 듯 찾아든 한 자락 슬픔은 어제보다 투명한 또 하나의 밤을 예고한다 2023. 1. 25. 26.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 임은숙 와인 잔이라 하여 와인만 담지는 않습니다 커피 잔이라 하여 커피만 담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밥그릇에 국을 담기도 하고 세숫대야에 흙탕물을 담기도 합니다 사랑이라 하여 내 마음에 그대만 담을 수는 없습니다 하늘의 푸름과 바람의 숨은 정열 봄꽃의 향기와 단풍의 붉은 상처 빗물의 언어와 엄동의 시린 아픔 나에게도 멀어져간 추억이 있고 내일의 꿈이 있습니다 그대를 마주하고 딴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대 앞에서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릴 때가 있습니다 봄바람처럼 스치면 되겠습니다 타인 같은 그대의 무심함이 필요합니다 마음에 그늘이 가시고 다시 그대를 향해 꽃처럼 웃을 때까지 말없이 그 자리에 있어주면 되겠습니다 2023. 1. 24. 27. 다시 봄이다 다시 봄이다 - 임은숙 혹여 네가 따라오지 못할까봐 걸음을 늦추기도 하고 때로는 너를 따라잡지 못할까봐 걸음을 재우치기도 하며 매일 낯선 설렘으로 동행하는 사랑의 길에 다시 봄이다 눈부신 햇살아래 바람 사이 향기로 존재를 알리는 눈을 감아도 보이는 풀꽃이 너다 짙은 어둠 속에서도 믿음으로 빛을 주는 한 사람이 내게 있어 더욱 푸른 봄이다 2023. 1. 23. 28. 그대 서있네 그대 서있네 - 임은숙 흐르는 생각 끝에 그대 서있네 봄여름보다 가을이면 더욱 그리운 부를수록 먼 이름 그대여 계절 따라 마음의 강은 푸르게 출렁이는데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같은 닿지 못해 슬픈 그대여 짙은 어둠 저 끝에 검은 눈망울의 그대 서있네 2023. 1. 22. 이전 1 ··· 24 25 26 27 28 29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