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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149

8. 우리 우리 ​ .................... 임은숙 ​ ​ 꽤 오랜 세월이라 부르는 우리의 어제는 간밤의 꿈과 같은 것 ​ 영원이라 믿고 싶은 우리의 내일은 안개와 같은 것 ​ 가버린 어제와 미지의 내일 사이에서 멀어진 것과 다가올 것을 두고 줄다리기하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이 너무나 짧아요 ​ 우리 그 어떤 약속도 하지 말아요 ​ 함께 하는 이 순간이 기쁨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깐 2023. 2. 12.
9. 인연 인연 ​ - 임은숙 ​ ​ 인연은 여기서 저기까지 식의 거리가 아닌 시간으로 재는 겁니다 ​ 그대와 나의 인연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허락되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 분명한 건 원하던 원치 않던 날이 갈수록 남은 인연의 시간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 종착지라도 알면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정착하련만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이별이라서 초조와 불안에 마음은 늘 분주합니다 ​ 평생이 스무 네 시간이듯 오늘을 살아야겠습니다 ​ 그대로 하여 파랗게 흔들리며 그대를 위해 향기를 뿜으며 소중한 인연의 강에 옷깃을 적셔야겠습니다 2023. 2. 11.
10. 下午의 풍경 下午의 풍경 ​ - 임은숙 ​ ​ 지금 내 곁에 있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 물 같은 세상 산 같은 인연 ​ 숲이 보이는 창가 마주앉은 그대 눈빛에 하늘이 있습니다 구름이 있습니다 내가 있습니다 ​ 푸른 바람 맑은 새소리 정다운 茶 한 잔 ​ 정지된 시간 사이로 흐르는 꿈같은 고요 푸른 마음의 노래입니다 2023. 2. 10.
11. 푸른 기억 푸른 기억 ​ - 임은숙 ​ ​ 나뭇가지에 걸린 바람이 빗물에 흐느낍니다 ​ 빗방울이 털어내는 수천수만 가지 사연이 앙금처럼 가라앉습니다 ​ 살다보면 우리 가는 길에도 슬픔으로 젖어드는 오늘 같은 날이 있겠지요? ​ 서로에게 투명한 빗방울의 모습은 닮되 서로를 짐이라 생각지 않는 우리가 되도록 ​ 푸른 기억으로 세상 끝까지 둘이 아닌 하나로 가는 우리가 되도록 약속해요 ​ 2023. 2. 9.
12. 단풍 단풍 ​ - 임은숙 ​ ​ 이글거리는 너의 눈빛이다 ​ 활활 타오른다! ​ 무작정 껴안고 볼 일이다 ​ 어둠이 내리기 전에 가을이 다 가기 전에 2023. 2. 8.
13. 너와 나의 집 너와 나의 집 ​ - 임은숙 ​ ​ 창밖풍경만 바뀔 뿐 사계절 행복이 흐르는 너와 나의 집은 우리 마음 안에 있다 ​ 어둠이 내리면 고즈넉한 시간 속으로 주고받는 속삭임이 물처럼 흐르고 함께 맞는 이른 새벽 새소리에 푸른 꿈이 기지개를 켠다 ​ 네가 있어 내가 꽃인 것을 내가 있어 네가 나비인 것을 ​ 작은 기쁨, 큰 믿음이 봄빛에 눈부시다 2023. 2. 7.
14. 가을아침 눈을 뜨며 가을아침 눈을 뜨며 ​ - 임은숙 ​ ​ 오색의 꿈길을 달려 멀리도 왔습니다 ​ 눈 뜨기 전부터 그대가 보입니다 ​ 단풍잎 위에 이슬처럼 눈부신 그대의 미소 ​ 햇살이 없어도 좋을 만큼 충분히 아름다운 아침입니다 ​ 어제보다 좀 더 가까이서 빛나는 우리이길 ​ 내일로 가는 길 위에 무한한 행복의 연장선을 긋는 투명한 아침입니다 2023. 2. 6.
15. 첫눈 첫눈 ​ - 임은숙 ​ ​ 밤새 눈이 내렸다 깨알같이 박아 쓴 그리움의 연서 ​ 버선발로 뛰쳐나가 읽으려는데 얄미운 바람이 스윽 지워놓네 ​ 하얗게 눈이 날린다 사면팔방 날 부르는 소리 맑고 투명한 그리움의 길이 열린다 2023. 2. 5.
16. 겨울 그리움 겨울 그리움 ​ - 임은숙 ​ ​ 밤하늘에만 별이 뜨는 건 아니지 겨울의 하얀 들에도 무수한 별이 뜬다 숲으로 사라지는 찬바람을 부르며 별들이 일제히 손을 흔들 때 반짝 반짝이는 그리움 너머로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하얗게 쌓인 별들 중에서 너의 별을 찾는 겨울엔 찬바람소리마저 그리움인양 사치스럽다 2023. 2. 4.
17. 바람 바람 ​ - 임은숙 ​ ​ 감당할 수 없는 서운함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 한없이 지친 그대 눈빛을 마주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탓하며 할 말을 잊었습니다 ​ 우리의 만남이 수평선너머로 사라지는 붉은 노을이 아니기를 간절히, 간절히 원하지만 어둠 저편의 슬픈 예감에 깊은 불안 속을 헤매군 합니다 ​ 그대여서 그대이기에 사랑했던 봄풀 같은 설렘이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그대 숲에서 노래하는 작은 새이기를 세상 끝까지 가슴에 남아있는 오늘이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라면서 어둠 걷힌 새아침을 그려봅니다 2023. 2. 3.
18. 하루가 갔습니다 하루가 갔습니다 ​ - 임은숙 ​ ​ 해질녘 강가에서 당신을 부릅니다 ​ 메아리로 돌아오는 당신의 마음 ​ 황혼이 깃든 물위에 붉디붉은 그리움의 조각들이 출렁입니다 ​ 하루가 갔습니다 다시 하루가 갔습니다 당신 생각을 아예 놓아버린 듯 애써 무심한 척을 해도 예나 지금이나 내 안에 자유는 없습니다 ​ 마구 안겨드는 노을빛에 그만 눈시울을 붉히고 맙니다 ​ 손바닥을 쫙 펴도 남아있는 모래알처럼 손바닥을 뒤집어도 떨어지지 않는 젖은 모래알처럼 결코 놓을 수 없는 당신입니다 ​ 어둠이 내리면 당신은 꿈길로 오시겠지요 ​ 밤이 올 줄 모르고 시작하는 아침처럼 낯선 설렘으로 하루를 열고 다시 숙명 같은 황혼을 맞이하겠지요 2023. 2. 2.
19. 무죄 무죄 ​ - 임은숙 ​ ​ 꽃에 취한 키 큰 나무 정수리에 달이 턱을 괴고 ​ 길 잃은 바람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고요한 듯 술렁이는 사월의 밤 ​ 나무가 꽃을 원했는지 꽃이 나무를 불렀는지 나무숲이 통째로 흔들린다 ​ 달빛에도 길을 찾지 못한 눈 먼 바람의 격한 숨소리 요란타 ​ 봄이기에 가능한 모든 흔들림은 무죄다 ​ 이제 꽃은 가라 향기만 두고 꽃은 가라 2023.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