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행선지432 [넷] 마음의 우산을 준비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넷] ========== 내 슬픔을 위로해줄 의무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갑작스런 소나기에 대비할 마음의 우산을 준비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 임은숙 2022. 11. 18. 1. 소리를 만나다 소리를 만나다 - 임은숙 눈 뜨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만 감으면 소리로 보인다 하늘에서 구름이 기는 소리 바람이 흔들고 가는 나뭇잎의 가느다란 한숨이 베란다 빨랫줄에 매달린 옷가지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소리 고요를 들었다 놓는 시계바늘소리 어디론가 잽싸게 내닫는 내 생각의 소리 하나같이 소리에 색깔을 덧칠하며 생동한 화폭으로 펼쳐진다 눈을 감고 소리를 본다, 세상을 조준한다 2022. 11. 17. 2. 밤에 대하여 밤에 대하여 - 임은숙 평온하지만 가볍지 않고 고요하지만 의외로 무겁지 않다 어둠은 침묵으로 세상을 꾹꾹 눌러 스무 네 시간의 빛을 짜낸다 어둠은 새로운 눈과 새로운 귀를 주며 슬픔을 기쁨으로 보라고 절망을 희망의 노래로 들으라 한다 끝없는 방황도 거듭되는 몸부림도 여명 전의 어둠이 감싸준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새아침을 맞는 것만큼이나 경이로운 어둠과의 재회 또한 얼마나 다행인가 2022. 11. 16. 3. 깨어라, 일어나라 깨어라, 일어나라 - 임은숙 그리움에 몸살을 앓던 수많은 새벽이 간다 이유 없는 방황 더는 내 것이 아니다 꿈과 현실의 갈림길에서 대책 없이 머뭇거리기엔 이 새벽이 너무 짧다 다시 오지 않을 순간 깨어라, 일어나라 비워야만 뜨겁게 품을 수 있는 아침이 아니더냐 검푸른 여명 앞에 꽃처럼 다시 피자 2022. 11. 15. 4. 1월 1월 - 임은숙 시작이라고 그 누가 외쳤는가 약속한 듯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들 마음부터 앞서는 사람 걸음부터 옮기는 사람 무작정 뛰는 사람 갈팡질팡 허둥대는 사람 벌써 저만치 앞서간 사람 거대한 백지 위에 수천수만의 붓끝이 일제히 달린다 하얀 여백을 채우는 무질서한 설렘의 행렬 1월이다, 출발이다 2022. 11. 14. 5. 이 봄에는 이 봄에는 - 임은숙 햇살이고 싶다 소녀의 반짝이는 이마에 오뚝한 콧등에 곱게 내려앉는 맑은 햇살이고 싶다 바람이고 싶다 중년여인의 결 좋은 머리칼을 곱게 빗질하며 그녀의 귓가에 음악처럼 머무는 부드러운 봄바람이고 싶다 들꽃이고 싶다 외로운 이의 핏기 없는 얼굴에 소박한 향기로 미소를 그려주는 작은 들꽃이고 싶다 초록의 이름 앞에선 아직도 출렁이는 설렘을 감출 수 없어 이 봄에는 햇살이고 싶다 바람이고 싶다 들꽃이고 싶다 2022. 11. 13. 6. 누구나 꽃이다 누구나 꽃이다 - 임은숙 누군가의 가슴에 나도 한 송이 꽃으로 필 수 있을까? 희망을 주어라 봄이 내게 말했다 자유를 주어라 바람이 내게 말했다 용기를 주어라 출렁이며 강이 내게 말했다 끝없이 인내하라 바스락거리며 마른 잎이 내게 말했다 내 마음에 한 송이 꽃이 필 때 누군가의 가슴은 텅 비어 바람소리뿐인 것을 알겠다 2022. 11. 12. 7. 지금 이 시간 지금 이 시간 - 임은숙 너의 것이라 할 수 있고 나의 것이라 할 수 있고 우리의 것이라 할 수도 있는 누구나 절대자가 되어 지배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 네가 뛸 때 나는 무엇을 하는가 너의 밤은 항상 나의 것보다 짧았고 같은 계절을 가면서도 너는 언제나 저만치 앞에서 나에게 등을 보인다 무시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앞에 이제 진정 깨어야 할 때 바로 지금 이 시간 2022. 11. 11. 8. 친구가 그립다 친구가 그립다 - 임은숙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해 마땅히 할 이야기 없고 들려줄 상대가 없다 지나친 오만과 욕심은 늘 혼자인 공간을 정다운 기억 하나 없이 넓혀놓았고 둘러보아 부를 이름조차 없는 차가운 계절 안에서 첫눈이 내리기 전부터 나는 이미 봄을 갈망하고 있다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아쉬운 풍경들 봄이 되고 싶다 냇물같이 누군가에게 흐르고 싶다 2022. 11. 10. 9. 꽃의 완성 꽃의 완성 - 임은숙 꽃의 완성은 피는 것이 아니라 本然의 향기를 남기는 것이다 어떤 나무에 무슨 이름으로 피건 가장 고운 빛깔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뿌릴 수 있는 適時에 필 일이다 내일 피어도 될 만큼 인생 길지 않다 머뭇거리지 말아 눈치 보지 말아 보란 듯이 찬란하게 이제 꽃잎을 터뜨려라 2022. 11. 9. 10. 마음의 크기 마음의 크기 - 임은숙 세상 그 무엇도 담을 수 있는 우리의 마음이지만 어느 하나도 맘껏 담을 수는 없다 기쁨은 넘치면 밖으로 새고 슬픔은 쌓여서 눈물이 되고 지나친 욕망은 후회를 만들고 어두운 것과 무거운 것을 버리는 습관 밝은 것과 맑은 것을 채우는 지혜가 필요한 한없이 크지만 무척이나 작은 우리의 마음 마음에 하늘을 만들자 그 하늘아래 평화의 숲에 바람이 일고 새가 노래한다면 세상과 나 사이에는 푸른 강이 흐르고 꿈은 반짝이는 파도 되어 출렁이겠지 2022. 11. 8. 11. 누군가의 꽃 누군가의 꽃 - 임은숙 꽃의 이름은 누가 달아주었고 꽃말은 누가 만들었을까 내가 꽃이라면 이름은 무엇이며 꽃말은 무엇일까 향기로 이름을 짓는다면 어떤 향기를 지녔으며 색깔로 꽃말을 만든다면 어떤 색의 꽃일까 누군가의 가슴에 한 송이 꽃으로 피고 싶은 나는 고귀한 목련일까 순박한 들꽃일까 누군가에게 향기로 다가서고 싶은 나의 이름은 무엇이며 꽃말은 무엇일까 2022. 11. 7.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