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행선지438 13. 식은 찻잔 사이로 식은 찻잔 사이로 - 임은숙 창을 두드리는 작은 빗방울소리에도 가슴이 뛰었다 내 안에 너로 가득 차있을 때 그리고 여기 마주하고도 담담한 심장 하나 있다 나뭇잎 사이 눈부신 햇살에도 가슴이 반응하지 않는 내 안에 너의 자리가 없는 지금 식은 찻잔 사이로 긴 침묵만이 향기처럼 흐르는데 오늘밤은 어떤 책을 읽을까 잠시 딴 생각을 한다 2022. 12. 7. 14. 착각입니다 착각입니다 - 임은숙 빗물의 간절한 사연 알지도 못하면서 바람의 마지막 행선지 어딘지도 모르면서 등 돌리는 이의 지독한 아픔도 모르면서 빗물은 슬프다 바람은 자유롭다 이별은 차갑다 멋대로 단정 짓는 이들 때로는 빗물도 다정한 속삭임입니다 차마 멈출 수 없는 바람의 안타까운 몸부림입니다 이별 뒤에 남는 건 가장 뜨거운 기억입니다 2022. 12. 6. 15. 가을 숲에서 가을 숲에서 - 임은숙 방향을 가늠키 어려워라 사면이 노을빛이다 여기저기서 우수수 날 부르는 소리 가을의 숲은 곳곳에 너를 숨기고 있다 와버린 기억은 밀어낸다고 가지 않고 외딴 벤치에 어둠이 내린지도 이슥하건만 날 부르는 다정한 음성 그치지 않더라 날리는 기억에 설음은 한 가득인데 종내 드러나지 않는 너의 모습은 어느 하늘아래 찬바람 속을 서성일까 2022. 12. 5. [부르기] 화개장터 2022. 12. 4. 16. 낭만이 사라지고 낭만이 사라지고 - 임은숙 꽃이 피어 반갑지 않고 노을 속에 단풍이 슬프지 않다 비 오는 거리를 우산 없이 헤매는 일이 없고 하얀 첫눈송이에 마음 설레지 않는다 흐르는 구름에 발목 잡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일도 없고 부르고 싶은 이름 하나 떠오르지 않으니 커피 한 잔에 섞을 한숨조차 남아있지 않다 짧은 밤 눈까풀은 천근만근인데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 싱거운 자장가다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아침이 있고 보내지 않아도 가버리는 하루가 있다 2022. 12. 3. 17. 자정의 비애 자정의 비애 - 임은숙 어디서 오는가 가슴 벽에 맞혀오는 너의 숨소리 작은 기척에 깨질 것 같은 고요 참지 못해 참을 수 없어 터뜨리는 오열 이 밤이 새도록 멈추지 않을 눈물은 얼마큼 깊은 바다를 이룰까 이 밤이 새도록 잠들지 않을 그리움은 얼마큼 투명한 새벽이슬로 태어날까 닿을 듯 멀리 있는 너의 이름 앞에 빛을 잃은 하나의 별로 뜨겁게 울 준비가 되어 있다 2022. 12. 2. 18. 새벽일기 새벽일기 - 임은숙 새벽 한시 먼 기억에 생각을 매달고 미적지근한 커피를 홀짝인다 새벽 두시 반 잠자던 바람이 눈을 뜨고 방안을 기웃거린다 오지 않을 것 같던 겨울도 많이 깊어져 지난 것은 놓아주라고 자꾸만 눈을 퍼붓는다 새벽 세시 반 아직은 너무 이른 시간이다 눈 좀 붙여야겠다 새벽 네 시 비어있던 머릿속이 가득 찬다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커피를 탄다 아침 다섯 시 반 먼 기억에 생각을 매달고 미적지근한 커피를 홀짝인다 2022. 12. 1. 19. 가을 그림자 가을 그림자 - 임은숙 가을이 오면 그대도 묻어왔었지 짙어진 계절 빛에 문득 떠오른 모습 보이지 않아 서운함에 창을 여니 스산한 바람에 낙엽들만 부스스 눈을 뜨네 붉은 계절에 앓는 병 어느 사이 완치 되었나 메마른 마음의 뜰에는 더 이상 사무침이 없네 가을은 오고 그대는 없고 창밖엔 시월이 울고 있네 2022. 11. 30. 20. 기억의 채널 기억의 채널 - 임은숙 꽃잎만 날리는 게 아니다 내리는 것 모두가 빗물만은 아니다 찬바람 가슴 깊이 파고드는 날 오만가지 상념 밤하늘을 배회하고 어느 사이 마음에 내려앉는 슬픔 한 자락 젖은 바람에 매달리는 흐느낌소리 예고 없이 스며드는 빛바랜 기억들 지나고 보면 아픔조차도 그리움인 것을 강물만 흐르는 게 아니다 계절만 오가는 게 아니다 2022. 11. 28. 21. 계절의 미아 계절의 미아 - 임은숙 바람이 분다 분분히 흩어지는 낙엽들처럼 이제 서로에게 안녕을 고할 때 돌아보아 아름답지 않은 것 있을까마는 유난히 빛나는 기억 하나에 발목이 잡혀 온갖 흐름을 잊은 미아가 된다 메마른 상념의 길로 문득문득 솟구치는 이름 모를 충동 세월의 바람 앞에 고스란히 식어가는 한때의 뜨거움이 잔잔한 마음에 수시로 파문을 일으키는데 가을을 담기에 아직은 이른 마음의 푸른 숲엔 여전히 네가 있고 내가 있고 꽃이 피고 새가 울고 2022. 11. 27. 22. 그 가을의 기억 그 가을의 기억 - 임은숙 빛을 잃은 이파리 왠지 나를 닮았다 적막과 고독 그 사이에서 침묵을 고집케 하는 부산을 떨며 왔다가 슬며시 가버리는 계절 너에게서 떨어질 때 귓가를 스치던 바람소리 기억에 생생하다 긴 밤의 끝을 잡고 낯선 여명 속으로 나를 던지며 새파랗게 비명을 터뜨리는 여기 내가 있다 그리고 떠난 듯 머물러있는 네가 있다 2022. 11. 26. 23. 다시 아침이 오면 다시 아침이 오면 - 임은숙 멀어져간 나의 아침과 그토록 뜨겁던 우리의 정오 서서히 기우는 태양아래 바람마저 차갑다 이제, 드물게 자리한 별들이 노인네같이 밤하늘을 서성일 때 서로의 깊이에서 그대와 나는 추억을 건지리라 흩어져 쌓이는 낙엽들이며 하얗게 날리는 눈꽃들이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초록에 묻히겠지 짙은 어둠이 여명으로 이어지는 순간 다시, 뜨거운 커피 향을 즐기며 무거운 기억 쉬이 내려놓겠지 2022. 11. 25.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