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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별아188

[시] 너와 나의 배경 너와 나의 배경 - 임은숙 생각과 생각이 만나는 것 마음과 마음이 부딪치는 것 같은 하늘아래 서로 다른 시간 속을 달리면서 잠자기 전이나 아침에 눈을 뜰 때 밥을 먹거나 숲길을 거닐 때 일을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어쩌면 일하는 시간마저도 그리움을 놓지 않는 것 그 기쁨을, 설렘을, 행복을 사랑이라 했다 바람이 알고 나뭇잎이 아는 사연 별이 알고 새벽이슬이 아는 사연 너와 나, 둘만의 계절 속엔 봄빛이 무성하다 2023. 11. 13.
[시] 너의 커피 한 잔에서 김이 되어 떠나리 너의 커피 한 잔에서 김이 되어 떠나리 ​ - 임은숙 잿빛하늘 저 끝에 꽂힌 눈길을 당겨올 수가 없다 하얀 안개꽃같이 피어오르는 슬픔이 눈가에 그들먹이 고이면 버릇처럼 허공에 두 팔을 뻗어보지만 더더욱 움츠러드는 마음은 아마 너 없는 세상이 아직은 두려운가보다 늘 그 자리에 태양의 모습으로 자리했던 너 그리고 해바라기처럼 노랗게 너를 향했던 나 행복이었던 것 같다 닿지 않는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고 닿지 않는 손길로 서로를 감싸며 밝음보다는 어둠이 많았던 그 시간들에 우리는 서로의 단 하나였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추억으로 돌려야 할 때 식어버린 커피 잔과 코끝에서 맴도는 희미한 모카향이 낯설다 아무런 예고 없이 먹구름이 시야를 가르며 이제 이별 같은 비를 퍼부으려나보다 2023. 11. 12.
[시] 5월 수채화 5월 수채화 ​ - 임은숙 흩어지는 라이라크향기 속에 옛 생각이 어지럽다 꽃이 피어 기쁜가 잎이 지어 슬픈가 어차피 오고가는 인생의 섭리 5월의 언덕에서 안타까이 그대를 부를 때 마음 깊은 곳에선 이미 낙엽이 흩날리고 있었음을 귀에 익은 휘파람소리 들리는 것 같아 자꾸만 뒤돌아보는 그 언덕에 때 아닌 찬바람만 서성이고 가녀린 가지 위에 두툼하게 내려앉은 꽃은 말없이 꽃잎만 떨어뜨린다 메마른 가슴에 뚝뚝 떨어져 퍼지는 보랏빛물감 다시 봄이 간다 2023. 11. 12.
[시] 푸르른 환희 푸르른 환희 ​ - 임은숙 물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6월의 숲길에 냇물처럼 흐르는 건 내 그리움이다 눈부신 이파리들이 들려주는 계절의 노래 뚝뚝 떨어지는 푸르른 환희 신나는 건 바람뿐이 아니다 어쩌면 나를 향해 출발하는 너의 발길이 더 큰 기쁨일지도 모른다 나무에 꽃을 피워 봄이라면 우리 마음에서 꽃 같은 언어를 꺼내주어 여름인 게다 나뭇가지사이로 바람이 분다 새들이 흘린 손짓을 따라 새처럼 날고 싶은 아침이다 2023. 11. 11.
[시] 꽃이 되어 꽃이 되어 ​ - 임은숙 ​ ​ 눈물만큼 화사하게 한숨으로 향기를 토하며 긴 기다림을 인내한 아픔이라 불렸던 것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켭니다 천자만홍 꽃이 피고 지는 의미 어두운 밤이 가면 새아침이 온다고 눈물로 피워낸 꽃이 더 아름다운 거라고 저들만의 언어로 분주히 안부를 주고받습니다 추웠다고 그리웠다고 꽃이 되어 누군가에게 마음 전하고픈 햇살 고운 어느 봄날입니다 2023. 11. 11.
[시] 봄꽃을 보며 봄꽃을 보며 ​ - 임은숙 고운 모습 보이다 금세 사라지는 봄꽃처럼 내 사랑도 피었다 바로 스러질까 못내 두렵다 가고 오는 세월 오고가는 인연 봄꽃 같은 추억이라면 나의 봄은 마냥 슬픔이겠지 누가 떨어뜨린 눈물 한 방울 슬픈 듯 은은한 향기 속에 봄꽃을 보며 나, 봄을 앓고 있다 2023. 11. 10.
[시] 가을은 가지 않았다 가을은 가지 않았다 ​ - 임은숙 노랗게 타들어가는 그리움에 낙엽의 한숨 엿들으며 너와 나는 그 계절을 이름하여 가을이라 했다 그리고 우리의 것이라 했다 색깔들의 잔치로 요란한 그 계절을 우리의 것이라 했다 소리 없이 쌓이는 눈송이에 그 모든 것이 하얗게 가려진 순간에도 너와 나는 지독한 몸살을 앓으며 가을을 그리워했다 새벽하늘에 걸린 하얀 그리움을 희미하게 빛바래어져가는 슬픈 별꽃의 눈물이라며 버릇처럼 가을을 그리워했다 2023. 11. 9.
[시] 세상 마주하기 세상 마주하기 ​ - 임은숙 인연의 꽃씨 하나 흙속에 묻혀 들리지 않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꽃과 잎이라는 이름으로 세상 앞에 섰다 하나의 줄기에서 시작된 만남의 순간부터 꽃과 잎은 이미 알고 있었다 먹구름도 비바람도 함께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걸어온 시간보다 가야 할 길이 먼 운명 어둠을 준비하는 아침 둘의 미소가 향기롭다 2023. 11. 7.
[시] 이별에는 완성이 없다 이별에는 완성이 없다 ​ - 임은숙 ​ 새벽이 오기전까지의 따분하고 무의미한 시간들에 커다란 날개를 달아 등을 떠밀고 싶은 충동 여명전의 고요 수십, 수백, 수천 번 반복되는 무기력한 몸짓 희미한 새벽빛 속으로 아침이슬이 살포시 눈을 뜨면 비로소 툭툭 털고 일어나 어둠을 뒤에 남기고 나는 떠나겠지요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낯선 시작의 길에 스치는 바람에게 어수룩한 미소 보이며 다시 언젠가처럼 눈망울에 두려움을 담겠지요 움츠릴수록 더더욱 파고드는 가슴 시린 바람의 사연은 안 그래도 울고 싶은 나에겐 통곡의 이유가 되겠지요 시간이 흘러 어둠 걷힌 아침공기에 심한 갈증을 느끼며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위태롭게 찬거리를 서성일 때 다가와 잡아주는 손길이 있겠지요 햇살처럼 눈부신 나의 여름이겠지요 찰랑찰랑 물소리.. 2023. 11. 6.
[시] 떠나는 것들에 안녕이라고 떠나는 것들에 안녕이라고 - 임은숙 ​ 비 내리는 오후 창가에 머무는 바람의 노래 아직은 이른 계절냄새에 낙엽 먼저 내가 추락하고 싶은 충동 아찔한 현기증 잎이 지면 그리움도 가는 걸까? 노란 상념에 식어버린 차 붉은 노을 한 자락에 실어보는 때 이른 감성 머물 수 없어 흐르는 구름 잠재울 수 없어 솟구치는 욕망 잡을 수 없어 슬픈 계절 그 속으로 시간이 간다 2023. 11. 5.
[시] 추억 추억 ​ - 임은숙 어차피 함께 흐르지 못할 것을 강은 나무를 버려두고 간다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수많은 인연들처럼 마주하지 않아도 보이는 추억이 저만치 묻어가는 것도 모른 채 세상엔 영원보다 무거운 순간이 있다는 것을 세월에 씻기지 않는 기억이 있다는 것을 강은 모른다 2023. 11. 4.
[시] 마음의 뜰에 마음의 뜰에 ​ - 임은숙 너의 시간 속으로 떠나고 싶어 마음에 작은 집을 짓고 뜰에는 기도의 나무를 심었다 가지 끝에 매달린 연둣빛 보고픔이 여름날 소나기에 푸른 미소 짓더니 종내는 누런 열물을 토하며 야위어갔다 허공중에 찬바람으로 배회하는 미지의 방황 멀고멀어서 높고 높아서 닿지 못하는 네가 사무치게 미운 날 눈이 내렸다 쌓여가는 만큼 사랑도 둥글어간다며 하얗게 하얗게 그리움이 내렸다 2023.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