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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149

10. 자정 자정 ​ - 임은숙 ​ ​ 가는 밤이 아쉬워 찻잔 가득 어둠을 채워놓는다 ​ 더 이상 잡을 수 없는 어제와 불확실한 내일 사이에서 또 하나의 하루가 힘없이 무너지고 찬바람에 새겨놓은 무질서한 낙서 밤이슬에 간 곳 없이 지워진다 2022. 12. 10.
11. 가을날 꿈의 대화 가을날 꿈의 대화 ​ - 임은숙 ​ ​ 누군가 기억하고 있을까 ​ 흰 눈 사이로 멀어져가는 운명이라 불렸던 붉은 상처와 서로만을 위해 뛰던 아픈 심장과 같은 꿈을 꾸던 우리의 대화를 ​ 어둠이 내리고 또 한 계절이 가면 떨어지는 낙엽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 있을까 ​ 못 다한 아쉬움을 다독이는 저기 저 펑펑 퍼붓는 눈송이가 그만, 이제 그만 쉬지 않고 속삭이는데 ​ 잊는다며 놓지 못한 가을날의 설익은 사연 종일 하얗게 흐느낀다 2022. 12. 9.
12. 잎이 지는 계절에는 잎이 지는 계절에는 ​ - 임은숙 ​ ​ 익숙한 바람결에 묻어오는 기억 한 자락에 괜히 싱숭생숭하다 ​ 잎이 지는 계절에는 어디론가 떠나볼 일이다 ​ 너무 멀리도 아주 가까이도 말고 흐르는 마음 따라 물처럼 떠나볼 일이다 ​ 슬픈 기억은 그 자리에 놓아두고 아쉬운 그리움은 뭉텅 잘라 주머니에 넣고 희미한 옛 시간 속에 바람처럼 머물러 볼 일이다 ​ 새벽별의 긴 한숨에 귀를 기울이며 잊히지 않는 시간 속에 머물러 볼 일이다 2022. 12. 8.
13. 식은 찻잔 사이로 식은 찻잔 사이로 ​ - 임은숙 ​ ​ 창을 두드리는 작은 빗방울소리에도 가슴이 뛰었다 내 안에 너로 가득 차있을 때 ​ 그리고 여기 마주하고도 담담한 심장 하나 있다 나뭇잎 사이 눈부신 햇살에도 가슴이 반응하지 않는 내 안에 너의 자리가 없는 지금 ​ 식은 찻잔 사이로 긴 침묵만이 향기처럼 흐르는데 ​ 오늘밤은 어떤 책을 읽을까 잠시 딴 생각을 한다 2022. 12. 7.
14. 착각입니다 착각입니다 ​ - 임은숙 ​ ​ 빗물의 간절한 사연 알지도 못하면서 바람의 마지막 행선지 어딘지도 모르면서 등 돌리는 이의 지독한 아픔도 모르면서 빗물은 슬프다 바람은 자유롭다 이별은 차갑다 멋대로 단정 짓는 이들 ​ 때로는 빗물도 다정한 속삭임입니다 차마 멈출 수 없는 바람의 안타까운 몸부림입니다 이별 뒤에 남는 건 가장 뜨거운 기억입니다 2022. 12. 6.
15. 가을 숲에서 가을 숲에서 ​ - 임은숙 ​ ​ 방향을 가늠키 어려워라 사면이 노을빛이다 ​ 여기저기서 우수수 날 부르는 소리 가을의 숲은 곳곳에 너를 숨기고 있다 ​ 와버린 기억은 밀어낸다고 가지 않고 외딴 벤치에 어둠이 내린지도 이슥하건만 날 부르는 다정한 음성 그치지 않더라 ​ 날리는 기억에 설음은 한 가득인데 종내 드러나지 않는 너의 모습은 어느 하늘아래 찬바람 속을 서성일까 2022. 12. 5.
[부르기] 화개장터 2022. 12. 4.
16. 낭만이 사라지고 낭만이 사라지고 ​ - 임은숙 ​ ​ 꽃이 피어 반갑지 않고 노을 속에 단풍이 슬프지 않다 ​ 비 오는 거리를 우산 없이 헤매는 일이 없고 하얀 첫눈송이에 마음 설레지 않는다 ​ 흐르는 구름에 발목 잡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일도 없고 부르고 싶은 이름 하나 떠오르지 않으니 커피 한 잔에 섞을 한숨조차 남아있지 않다 ​ 짧은 밤 눈까풀은 천근만근인데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 싱거운 자장가다 ​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아침이 있고 보내지 않아도 가버리는 하루가 있다 2022. 12. 3.
17. 자정의 비애 자정의 비애 ​ - 임은숙 ​ ​ 어디서 오는가 가슴 벽에 맞혀오는 너의 숨소리 ​ 작은 기척에 깨질 것 같은 고요 ​ 참지 못해 참을 수 없어 터뜨리는 오열 ​ 이 밤이 새도록 멈추지 않을 눈물은 얼마큼 깊은 바다를 이룰까 이 밤이 새도록 잠들지 않을 그리움은 얼마큼 투명한 새벽이슬로 태어날까 ​ 닿을 듯 멀리 있는 너의 이름 앞에 빛을 잃은 하나의 별로 뜨겁게 울 준비가 되어 있다 2022. 12. 2.
18. 새벽일기 새벽일기 ​ - 임은숙 ​ ​ 새벽 한시 먼 기억에 생각을 매달고 미적지근한 커피를 홀짝인다 ​ 새벽 두시 반 잠자던 바람이 눈을 뜨고 방안을 기웃거린다 오지 않을 것 같던 겨울도 많이 깊어져 지난 것은 놓아주라고 자꾸만 눈을 퍼붓는다 ​ 새벽 세시 반 아직은 너무 이른 시간이다 눈 좀 붙여야겠다 ​ 새벽 네 시 비어있던 머릿속이 가득 찬다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커피를 탄다 ​ 아침 다섯 시 반 먼 기억에 생각을 매달고 미적지근한 커피를 홀짝인다 2022. 12. 1.
19. 가을 그림자 가을 그림자 ​ - 임은숙 ​ ​ 가을이 오면 그대도 묻어왔었지 ​ 짙어진 계절 빛에 문득 떠오른 모습 보이지 않아 서운함에 창을 여니 스산한 바람에 낙엽들만 부스스 눈을 뜨네 ​ 붉은 계절에 앓는 병 어느 사이 완치 되었나 메마른 마음의 뜰에는 더 이상 사무침이 없네 ​ 가을은 오고 그대는 없고 ​ 창밖엔 시월이 울고 있네 2022. 11. 30.
20. 기억의 채널 기억의 채널 ​ - 임은숙 ​ ​ 꽃잎만 날리는 게 아니다 내리는 것 모두가 빗물만은 아니다 ​ 찬바람 가슴 깊이 파고드는 날 오만가지 상념 밤하늘을 배회하고 어느 사이 마음에 내려앉는 슬픔 한 자락 ​ 젖은 바람에 매달리는 흐느낌소리 예고 없이 스며드는 빛바랜 기억들 ​ 지나고 보면 아픔조차도 그리움인 것을 ​ 강물만 흐르는 게 아니다 계절만 오가는 게 아니다 2022.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