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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142

25. 겨울언저리 겨울언저리 ​ - 임은숙 ​ ​ 가을 가고 겨울 오네 ​ 찬바람 스친 자리에 하얗게 눈이 덮이네 ​ 단풍 같은 그대 이름 어디론가 사라지고 빈 가슴엔 찬바람을 담네 ​ 그대 눈빛이 가을 같았으리 그대 뒷모습이 가을 같았으리 ​ 깊고 아픈 가을 그대여 ​ 겨울 오고 가을 가네 2022. 11. 22.
26. 겨울이다 겨울이다 ​ - 임은숙 ​ ​ 너 없는 세상이 아직은 두려워 익숙한 기억의 길을 그날처럼 거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선 음성 ​ 겨울이다! 추우면 춥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맘껏 외쳐도 좋다 ​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사계의 섭리 너의 나약함 비웃을 이 아무도 없다 ​ 눈물로 뜨겁게 그린 봄이 더욱 푸른 법 ​ 추우면 춥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꺼이꺼이 울어도 좋다 2022. 11. 21.
27. 겨울은 나의 몫이다 겨울은 나의 몫이다 ​ - 임은숙 ​ ​ 녹지 않는 눈이 내 마음에 내려 지난 사연을 모두 덮어버릴 수 있다면 나의 세상은 설렘으로 가득하리 ​ 너를 다시 만나 새로운 어제를 만들고 낯선 희열로 다가오는 것들을 그러안으리 ​ 그러나 지금은 어둠의 길 슬픈 눈망울의 네 모습과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의 순간들이 짙은 안개 속에 나를 가두고 ​ 사랑의 깊이에 비례되는 아픔이 미움으로 대체되는 차가운 길목에서 절대적인 망각은 또 다른 아쉬움임을 헤어 나오지 못할 기억은 숙명임을 문득 깨닫는다 2022. 11. 20.
28. 기억이 아름다워서 기억이 아름다워서 ​ - 임은숙 ​ ​ 포기 앞에서 추억은 뜨거운 것이다 ​ 생생한 기억의 조각들이 퍼즐놀이 하다 엇바꿔 끼워 넣은 아쉬움과 한숨 그리고 잿빛의 허무 ​ 눈을 감아도 보이는 익숙한 그림자 뒤에 악착같이 달라붙는 방울방울의 눈물 그 눈물을 미련이라 했다 ​ 나를 포함한 옹근 세상을 버려야만 소멸 가능한 미련이라 했다 ​ 아름다워서 기억이 아름다워서 잊지 못해 차마 놓을 수 없는 미련이라 했다 2022. 11. 19.
[넷] 마음의 우산을 준비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넷] ========== ​ 내 슬픔을 위로해줄 의무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갑작스런 소나기에 대비할 마음의 우산을 준비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 임은숙 2022. 11. 18.
1. 소리를 만나다 소리를 만나다 ​ - 임은숙 ​ ​ 눈 뜨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만 감으면 소리로 보인다 ​ 하늘에서 구름이 기는 소리 ​ 바람이 흔들고 가는 나뭇잎의 가느다란 한숨이 ​ 베란다 빨랫줄에 매달린 옷가지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소리 ​ 고요를 들었다 놓는 시계바늘소리 어디론가 잽싸게 내닫는 내 생각의 소리 ​ 하나같이 소리에 색깔을 덧칠하며 생동한 화폭으로 펼쳐진다 ​ 눈을 감고 소리를 본다, 세상을 조준한다 2022. 11. 17.
2. 밤에 대하여 밤에 대하여 ​ - 임은숙 ​ ​ 평온하지만 가볍지 않고 고요하지만 의외로 무겁지 않다 ​ 어둠은 침묵으로 세상을 꾹꾹 눌러 스무 네 시간의 빛을 짜낸다 ​ 어둠은 새로운 눈과 새로운 귀를 주며 슬픔을 기쁨으로 보라고 절망을 희망의 노래로 들으라 한다 ​ 끝없는 방황도 거듭되는 몸부림도 여명 전의 어둠이 감싸준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 새아침을 맞는 것만큼이나 경이로운 어둠과의 재회 또한 얼마나 다행인가 2022. 11. 16.
3. 깨어라, 일어나라 깨어라, 일어나라 ​ - 임은숙 ​ ​ 그리움에 몸살을 앓던 수많은 새벽이 간다 ​ 이유 없는 방황 더는 내 것이 아니다 ​ 꿈과 현실의 갈림길에서 대책 없이 머뭇거리기엔 이 새벽이 너무 짧다 ​ 다시 오지 않을 순간 깨어라, 일어나라 ​ 비워야만 뜨겁게 품을 수 있는 아침이 아니더냐 ​ 검푸른 여명 앞에 꽃처럼 다시 피자 2022. 11. 15.
4. 1월 1월 ​ - 임은숙 ​ ​ 시작이라고 그 누가 외쳤는가 ​ 약속한 듯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들 ​ 마음부터 앞서는 사람 걸음부터 옮기는 사람 무작정 뛰는 사람 갈팡질팡 허둥대는 사람 벌써 저만치 앞서간 사람 ​ 거대한 백지 위에 수천수만의 붓끝이 일제히 달린다 ​ 하얀 여백을 채우는 무질서한 설렘의 행렬 1월이다, 출발이다 2022. 11. 14.
5. 이 봄에는 이 봄에는 ​ - 임은숙 ​ ​ 햇살이고 싶다 소녀의 반짝이는 이마에 오뚝한 콧등에 곱게 내려앉는 맑은 햇살이고 싶다 ​ 바람이고 싶다 중년여인의 결 좋은 머리칼을 곱게 빗질하며 그녀의 귓가에 음악처럼 머무는 부드러운 봄바람이고 싶다 ​ 들꽃이고 싶다 외로운 이의 핏기 없는 얼굴에 소박한 향기로 미소를 그려주는 작은 들꽃이고 싶다 ​ 초록의 이름 앞에선 아직도 출렁이는 설렘을 감출 수 없어 이 봄에는 햇살이고 싶다 바람이고 싶다 들꽃이고 싶다 2022. 11. 13.
6. 누구나 꽃이다 누구나 꽃이다 ​ - 임은숙 ​ ​ 누군가의 가슴에 나도 한 송이 꽃으로 필 수 있을까? ​ 희망을 주어라 봄이 내게 말했다 ​ 자유를 주어라 바람이 내게 말했다 ​ 용기를 주어라 출렁이며 강이 내게 말했다 ​ 끝없이 인내하라 바스락거리며 마른 잎이 내게 말했다 ​ 내 마음에 한 송이 꽃이 필 때 누군가의 가슴은 텅 비어 바람소리뿐인 것을 알겠다 2022. 11. 12.
7. 지금 이 시간 지금 이 시간 ​ - 임은숙 ​ ​ 너의 것이라 할 수 있고 나의 것이라 할 수 있고 우리의 것이라 할 수도 있는 누구나 절대자가 되어 지배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 ​ 네가 뛸 때 나는 무엇을 하는가 ​ 너의 밤은 항상 나의 것보다 짧았고 같은 계절을 가면서도 너는 언제나 저만치 앞에서 나에게 등을 보인다 ​ 무시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앞에 이제 진정 깨어야 할 때 ​ 바로 지금 이 시간 2022. 11. 11.